오는 2026년 6월 3일 실시되는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1년 앞으로 다가오면서 전국적인 선거 열기가 고조되고 있다. 이번 선거는 전국 16개 광역단체장과 교육감 등을 선출하는 동시에,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14곳이 함께 치러지는 초대형 정치 이벤트다. 특히 보수와 진보의 전통적 요충지인 부산·울산·경남(PK)과 대구·경북(TK) 지역은 벌써부터 전·현직 대통령의 대리전 양상으로 치닫으며 과열 경쟁의 중심에 서 있다.
정권 심판 대 지키기, 대리전으로 변질된 영남권 표심
영남권은 역대 선거에서 전체 광역단체장 의석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며 정국의 향방을 결정하는 바로미터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이번 지방선거를 앞두고 영남권은 지역 발전 방안을 두고 경쟁하는 장이 아닌, 전·현직 정권의 영향력을 확인하려는 계파 간 대리전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우려가 지배적이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영남권 공천 과정에서 특정 계파 인사의 전면 배치 여부가 향후 중앙 정치권의 권력 지형을 재편할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진행된 각 정당의 지역 위원장 개편과 인재 영입 과정을 살펴보면, 정책 전문가보다는 중앙 정치권과의 연결고리가 강한 인물들이 대거 전면에 배치되는 흐름이 뚜렷하다. 이는 지방자치의 본질인 '지역 밀착형 행정' 대신 '중앙 정치의 대리전'이 선거판을 지배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영남권 유권자들 사이에서도 단순한 지역 일꾼 선출을 넘어, 정권에 대한 지지나 심판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선거를 바라보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사라진 지역 소멸 대책, 정책 실종이 가져올 부작용
이처럼 정치적 상징성에만 초점이 맞춰지면서, 영남권이 직면한 시급한 현안들은 논의 테이블에서 소외되고 있다. 통계청의 최근 인구 동향 자료에 따르면, 부산과 경남 등 영남권 주요 지자체의 청년 인구 유출과 고령화 지수는 전국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지역 제조업의 경쟁력 약화와 일자리 감소 역시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후보들의 공약집은 구체적인 지역 살리기 대책 대신 중앙 정치 이슈와 연계된 거대 담론으로 채워지고 있는 실정이다.
학계와 시민사회계에서는 이러한 정책 실종 현상이 결국 지역 주민들의 삶의 질 저하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한다. 지방선거가 중앙 정치의 대리전으로 치러질 경우, 당선 이후에도 지역 행정보다는 중앙 정치권의 눈치를 보는 '정치형 단체장'이 양산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는 지방자치제도 도입 이후 꾸준히 제기되어 온 '지방의 중앙 예속화'를 더욱 심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지방자치의 본질 회복, 유권자의 냉철한 판단이 열쇠
결국 이번 영남권 대리전 양상은 한국 정치의 고질적인 진영 대립이 지방자치 영역까지 깊숙이 침투했음을 보여주는 방증이다. 선거 전문가들은 이번 선거가 단순한 '정치적 세 대결'에 그치지 않으려면 유권자들의 냉정한 감시와 평가가 필수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후보자들이 제시하는 공약이 실현 가능한지, 지역 소멸 위기를 극복할 구체적인 로드맵을 담고 있는지 꼼꼼히 따져보는 유권자의 태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026년 지방선거는 향후 대한민국의 지역 균형 발전과 지방자치의 미래를 결정할 중요한 분수령이다. 영남권 선거가 전·현직 정권의 대리전이라는 낡은 프레임에서 벗어나, 지역의 생존과 번영을 도모하는 정책 경쟁의 장으로 거듭나야만 진정한 의미의 지방자치를 실현할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