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의 이례적인 행정지도로 촉발된 '라인야후 사태'가 단순한 기업 간 지분 조정을 넘어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 시대의 새로운 단면을 드러내고 있다. 국경 없는 디지털 영토를 개척해 온 한국 IT 산업이 각국의 '기술 민족주의(Tech-Nationalism)' 장벽에 가로막힌 상징적 사건이라는 평가다. 이번 사태는 해외 진출에 나선 우리 기업들이 직면한 지정학적 리스크와 국가 차원의 기술 주권 보호 필요성을 엄중히 경고하고 있다.

지분 구조의 균열과 거세지는 압박

논란의 중심에 선 라인야후는 일본 내 이용자 수만 9,600만 명에 달하는 독점적 플랫폼이다. 이 회사의 지배구조 최상단에는 지분 64.4%를 보유한 A홀딩스가 있으며, A홀딩스의 지분은 한국의 네이버와 일본의 소프트뱅크가 각각 50%씩 공동 보유하고 있다. 수년간 유지되어 온 이 균형은 지난해 발생한 개인정보 유출 사고를 빌미로 일본 총무성이 네이버와의 자본 관계 재검토를 요구하는 행정지도를 내리면서 급격히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에 대해 네이버의 최수연 대표는 지난 2024년 5월 3일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자사의 중장기적 사업 전략에 기반해 모든 가능성을 열고 소프트뱅크와 성실히 협의하고 있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자본 매각 가능성을 원천 배제하지 않은 채 신중한 태도를 취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일본 정부의 압박이 사실상 한국 기업의 기술력으로 키워낸 플랫폼의 경영권을 자국 기업으로 이행하려는 의도가 깔린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분석을 내놓고 있다.

글로벌 영토 확장과 '테크 내셔널리즘'의 충돌

이번 사태는 비단 한일 양국 간의 갈등에 그치지 않는다. 전 세계적으로 데이터 안보와 플랫폼 통제권을 국방 수준의 안보 영역으로 다루는 '테크 내셔널리즘'이 확산되는 추세와 궤를 같이한다. 미국이 안보 위협을 이유로 중국 바이트댄스의 틱톡 매각을 강제하는 법안을 통과시킨 사례가 대표적이다. 데이터 주권이 국가 안보의 핵심 요소로 부상하면서, 해외에 진출한 IT 기업들은 현지 정부의 규제 장벽과 자국 우선주의 정책이라는 이중고에 직면하게 되었다.

특히 한국 IT 기업들은 내수 시장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동남아시아, 일본 등 글로벌 시장으로의 확장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왔다. 그러나 독자적인 원천 기술을 보유하고 있더라도 현지 정치·사회적 인프라와 융합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리스크를 통제하기란 쉽지 않다. 기술의 국적을 따지는 시대적 흐름 속에서, 민간 기업의 힘만으로 거대한 국가 권력의 압박을 견뎌내기에는 한계가 명확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술 주권 확보를 위한 다각적 해법 모색

결국 이번 사태가 우리에게 던지는 시사점은 명확하다. 플랫폼과 인공지능(AI) 등 첨단 기술 분야에서의 주도권 상실은 단순한 매출 감소를 넘어 국가적 디지털 영토의 축소를 의미한다. 따라서 정부와 민간이 원팀이 되어 해외 진출 기업의 기술 자산을 보호할 수 있는 촘촘한 외교적·제도적 지원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아울러 핵심 원천 기술에 대한 독점적 지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R&D 투자와 기술 격차 확보가 선행되어야 한다.

라인야후 사태는 향후 우리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겪게 될 수 많은 도약과 좌절의 시금석이 될 전망이다. 기술이 곧 안보이자 국력인 시대, 기업의 비즈니스 전략과 정부의 기술 외교가 정교하게 맞물려 돌아갈 때 비로소 진정한 기술 주권을 수호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