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조치가 종료된 이후, 서울 아파트 시장에서 매물이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유예 시한이었던 지난 2026년 5월 9일 6만 8,495건에 달했던 서울 아파트 매물은 불과 20여 일 만인 5월 27일 기준 6만 2,500여 건으로 급감했다. 세금 부담을 피하기 위해 매물을 거두어들이는 이른바 '매물 잠김' 현상이 본격화된 것이다. 거래량이 동반되지 않은 상황에서 매물 감소가 선행되면서, 서울 주요 지역을 중심으로 매도자 우위 시장이 형성되고 가격이 왜곡 상승하는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세제 혜택 종료가 가져온 시장의 역설, '매물 잠김'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는 다주택자들에게 '팔지 않고 버티기'라는 선택지를 강요하는 결과를 낳았다. 중과세율이 다시 적용되면서 다주택자가 조정대상지역 내 주택을 양도할 경우 기본세율(6~45%)에 2주택자는 20%포인트, 3주택자 이상은 30%포인트의 세율이 가산된다. 지방세까지 포함하면 최고 세율이 82.5%에 달한다. 자산가들 사이에서는 양도세를 내고 주택을 처분하느니 차라리 증여를 택하거나 장기 보유로 선회하는 것이 이득이라는 계산이 지배적이다. 결국 시장에 나와야 할 매물이 자산 대물림이나 임대차 시장으로 흡수되면서 유통 물량 자체가 마르고 있다.
수요·공급 불균형이 초래한 가격 왜곡 메커니즘
서울 주택 시장은 신규 택지 공급이 제한적이어서 기존 주택의 회전율이 시장 안정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그러나 양도세 중과로 인해 기존 주택 매매 거래가 차단되면서 극심한 공급 부족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과거 정부에서도 다주택자 규제 강화를 목적으로 양도세 중과를 시행할 때마다 매물 잠김에 따른 집값 급등 현상이 반복된 바 있다. 역사적 경험을 통해 증명된 정책의 부작용이 이번에도 고스란히 재현되고 있는 셈이다. 매물이 줄어들자 대기 수요자들은 추격 매수에 나서며 호가를 밀어 올리고 있으며, 이는 실거래가 상승으로 이어져 전체 시장의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
시사점과 전망: 출구 전략 없는 규제의 한계
이번 매물 잠김 사태는 징벌적 과세 중심의 부동산 정책이 시장의 자율적 수급 조절 기능을 어떻게 마비시키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다주택자를 투기 세력으로만 규정하고 퇴로를 막아버린 규제는 결국 무주택 실수요자들에게 가격 상승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서울 집값의 근본적인 안정을 위해서는 신규 주택 공급 확대와 더불어, 기존 다주택자들이 매물을 원활하게 출하할 수 있도록 양도세율을 합리화하는 '거래세 완화' 카드가 병행되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규제 일변도의 정책 기조가 지속된다면 서울과 지방 간의 자산 양극화는 더욱 심화되고, 서민들의 주거 사다리는 더욱 좁아질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