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후 안정적인 삶을 보장해야 할 노후 자금이 흔들리고 있다. 최근 자산 시장의 변동성이 커진 가운데, 60대 이상 고령층이 부동산이나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추가 투자에 나서는 이른바 '고령층 빚투'가 급증하는 추세다. 이는 단순히 개인의 투자 실패를 넘어, 가계부채 전반의 부실화를 촉진하는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한국은행 가계대출 데이터베이스(DB) 분석 결과에 따르면, 올 1분기 기준 60대 이상 차주의 연체율은 지난 2020년 1분기(0.8%) 대비 지속적으로 상승하며 전 연령대 중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자산 가격 상승기에 대출을 늘렸던 고령층이 고금리 장기화와 경기 둔화의 직격탄을 맞으면서 상환 능력에 한계를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청장년층에 비해 소득 창출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고령층의 연체율 상승은 가계부채의 질적 악화를 보여주는 명확한 신호로 해석된다.

자산 담보 잡힌 은퇴 세대, 투자 전선으로

고령층이 무리한 대출을 감행하며 투자 전선에 뛰어든 배경에는 공적·사적 연금의 미비와 기대수명 연장에 따른 불안감이 자리 잡고 있다. 은퇴 이후 정기적인 소득이 단절된 상황에서 생활비 마련과 자산 증식을 동시에 달성하려는 조급함이 투기적 대출을 부추겼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많은 은퇴자가 보유하고 있는 유일한 자산인 주택을 담보로 대출을 받거나, 노후 보장용 보험 계약을 깨거나 이를 담보로 돈을 빌려 주식 및 부동산 시장에 진입했다.

문제는 이들이 선택한 투자처의 불확실성이 크다는 점이다. 고수익을 노린 고위험 자산 투자는 시장 변동성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은퇴 세대의 경우 손실을 만회할 만한 시간적 여유와 추가 소득원이 없기 때문에, 한 번의 투자 실패가 곧바로 파산이나 빈곤층 전락으로 이어질 위험이 매우 크다"고 지적했다.

연체율 상승이 가리키는 가계부채의 '질적 악화'

고령층 대출의 위험성은 부채의 구조적 특성에서 기인한다. 청장년층의 대출은 향후 소득 증가를 전제로 한 신용 창출의 성격이 강하지만, 고령층의 대출은 기존에 축적된 자산을 담보로 한 '막바지 차입'인 경우가 많다. 따라서 고령층의 연체율 증가는 금융기관이 회수해야 할 담보 자산의 매각으로 이어져, 부동산 시장 등 실물 자산 가치의 하락을 동반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2020년 초 저금리 기조 속에서 실행된 대출들이 고금리 국면으로 전환되면서 이자 부담이 가중된 점이 치명타로 작용했다. 한국은행 가계대출 DB가 보여주는 연체율의 지속적인 우상향 곡선은, 일시적인 유동성 부족이 아니라 고령층 차주들의 실질적인 채무 상환 능력 자체가 붕괴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는 금융 시스템 전반의 건전성을 위협하는 요인이다.

단순한 투자 실패 넘어 사회적 비용으로

전문가들은 고령층의 빚투와 이에 따른 부실화를 단순한 개인의 책임으로 돌려서는 안 된다고 입을 모은다. 고령층의 파산은 결국 기초생활보장제도나 기초연금 등 국가 재정이 투입되는 사회적 비용의 증가로 귀결되기 때문이다. 노후 소득 보장 체계의 허점이 금융 시장의 불안정성으로 전이되는 악순환의 고리가 형성되고 있는 셈이다.

따라서 고령층을 대상으로 한 대출 심사 기준을 정교화하고, 주택연금 등 자산을 유동화하여 안정적인 흐름으로 전환할 수 있는 제도적 유인책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채를 통한 일확천금식 투자를 예방할 수 있는 맞춤형 금융 교육과 함께, 고령층의 자산 구조를 안정화하기 위한 거시건전성 정책의 재정비가 시급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