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세기 동안 서울 도심의 동서를 연결하며 산업화의 상징 역할을 했던 서소문고가차도가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서울시는 지난 2019년 3월 교각 콘크리트 탈락 사고가 발생한 이후 즉각 정밀안전진단을 실시했다. 그 결과 서소문고가는 구조적 안전성 미달을 의미하는 'D등급' 판정을 받았으며, 시는 시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전격적인 철거를 결정했다. 하루 평균 수만 대의 차량이 오가던 핵심 간선도로의 폐쇄는 단순한 구조물 해체를 넘어, 서울 도심 교통망의 전면적인 재편을 예고하고 있다.

안전성 미달이 당긴 철거 시계, 단기 교통 대란 우려

안전 등급 D등급은 주요 부재에 결함이 발생해 긴급한 보수·보강이 필요하며, 사용 제한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단계다. 서소문고가의 철거는 안전 확보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지만, 당장 눈앞에 닥친 도심 교통 혼잡은 피할 수 없는 과제다. 서소문로는 서대문역 사거리에서 시청 교차로를 잇는 핵심 구간으로, 출퇴근 시간대 병목현상이 극에 달하는 곳이다. 고가차도가 사라지면 기존 고가를 이용하던 교통량이 고스란히 지상 도로로 흡수되어, 주변 교차로의 지체 시간이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과거 아현고가, 서대문고가 철거 당시에도 초기 수개월 동안은 극심한 교통 혼잡이 발생했다. 특히 서소문 구간은 인근 정동과 덕수궁, 시청 광장 등 보행 수요가 많은 지역과 인접해 있어, 차량 정체가 꼬리를 물 경우 도심 전체의 교통 흐름이 마비되는 도미노 현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교통 전문가들은 철거 공사 기간 동안 우회 도로 확보와 신호 체계 개편 등 정교한 교통 수요 관리가 선행되지 않는다면, 시민들이 체감하는 불편은 예상보다 훨씬 클 것이라고 경고한다.

'비움'이 가져올 도시 재생과 상권 활성화의 경제학

그러나 단기적인 혼잡 비용을 넘어선 장기적 편익에 주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고가차도는 도시의 미관을 해치고 보행 흐름을 단절시키는 주범으로 지적받아 왔다. 서소문고가가 철거되면 그동안 고가 그늘에 가려져 침체되었던 주변 상권이 활기를 되찾을 것으로 기대된다. 보행 환경이 개선되면 유동 인구가 늘어나고, 이는 자연스럽게 인근 서소문동과 정동 일대의 골목 상권 활성화로 이어진다. 실제로 청계천 고가나 신촌 아현고가 철거 이후 주변 지가가 상승하고 신규 상권이 형성된 전례가 이를 뒷받침한다.

도시 공학적 관점에서도 고가 철거는 '차량 중심'에서 '인간 중심'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을 의미한다. 고가가 사라진 자리에 넓어진 보도와 녹지 공간이 조성되면, 단절되었던 도심 보행 축이 복원된다. 이는 서울시가 추진하는 '걷는 도시, 서울' 정책과도 궤를 같이하며, 장기적으로 도심 내 차량 진입을 억제하고 대중교통 이용률을 높이는 촉매제 역할을 할 것으로 분석된다.

지속 가능한 도심 교통 방정식을 위한 제언

결국 서소문고가 철거의 성패는 '단기적 교통 혼잡'이라는 비용을 어떻게 최소화하고, '도시 재생'이라는 이익을 어떻게 극대화할 것인가에 달려 있다. 이를 위해서는 단순히 도로를 넓히는 임시방편을 넘어, 도심 진입 차량 자체를 줄이는 수요 관리가 필수적이다. 지능형 교통체계(ITS)를 활용한 실시간 신호 제어, 대중교통 노선의 다변화, 그리고 도심 외곽에서의 사전 우회 유도 등이 유기적으로 맞물려 돌아가야 한다.

서소문고가 철거는 단순한 노후 인프라의 정리가 아니다. 이는 서울이 20세기 고도성장기의 유산인 '차량 소통 중심'의 도시 구조를 탈피하고, 21세기형 '지속 가능한 친환경 보행 도시'로 체질을 개선하는 시금석이 될 것이다. 비움으로써 더 풍요로워지는 도심의 미래를 위해, 지금은 정교한 교통 방정식의 해법을 실행에 옮겨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