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진료를 둘러싼 논쟁을 바라볼 때 우리는 흔히 '환자의 편의성'과 '의료의 안전성'이라는 두 가지 가치가 정면으로 충돌한다고 생각한다. 편리함을 좇으면 안전이 위협받고, 안전을 고집하면 시대에 뒤처진다는 이분법적 프레임이다. 하지만 과연 이 둘은 결코 공존할 수 없는 물과 기름 같은 존재일까. 수년째 시범사업이라는 모호한 테두리 안에 갇혀 있는 대한민국의 비대면 진료는 이제 이 낡은 질문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동안 의료계는 비대면 진료가 오진의 위험성을 높이고 의료 전달 체계를 왜곡할 수 있다며 철저히 대면 진료의 보조적 수단으로만 제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여왔다. 생명과 직결된 의료 영역에서 보수적인 접근은 당연한 책무다. 그러나 기술의 발전과 사회적 수요를 무작정 외면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규제의 벽을 높여 안전을 지키겠다는 주장은 역설적으로 제도권 밖의 사각지대를 키우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반면 플랫폼 업계는 고사 위기에 처했다며 전면적인 규제 완화를 요구한다. 실제로 원격의료산업협의회가 2026년 5월 비대면 진료 참여 의사 1,3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의료 현장에서도 비대면 진료의 필요성과 제도화에 공감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의사들 역시 무조건적인 반대가 아니라, 안전하게 진료할 수 있는 구체적인 법적·제도적 가이드라인을 원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해법은 극단적인 대립이 아닌 정교한 '절충점' 설계에 있다. 모든 질환과 환자군에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려는 고집을 버려야 한다. 만성질환이나 경증 질환, 재진 환자 등 위험도가 낮은 영역부터 단계적으로 비대면 진료를 제도화하되, 초진이나 고위험 질환에 대해서는 대면 진료 원칙을 엄격히 고수하는 '단계적 허용 모델'이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이와 함께 플랫폼의 책임성도 강화해야 한다. 플랫폼은 단순한 중개업자를 넘어 의료 데이터의 보안과 환자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책임을 다해야 하며, 의료계는 디지털 기술을 환자 관리의 효율성을 높이는 도구로 적극 수용하는 유연성을 보여야 한다. 비대면 진료의 법제화는 기술 기업의 이윤 추구나 특정 집단의 기득권 수호가 아닌, 고령화 시대에 지속 가능한 의료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시대적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