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니스의 상인 샤일록은 계약서에 적힌 대로 가슴팍의 살 한 파운드를 요구했다. 법정은 그의 권리를 인정했으나, '피 한 방울도 흘려서는 안 된다'는 판결로 탐욕의 칼날을 멈춰 세웠다. 오늘날 골목상권을 가로지르는 플랫폼의 거대한 영토 역시 법의 테두리 안에서 정당한 통행료를 요구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 통행료가 상인의 생존을 위협하는 피 한 방울마저 짜내고 있다면, 우리는 이 계약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가.
독과점 체제를 굳힌 배달 플랫폼들의 잇따른 수수료 인상은 자영업자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았다. 과거 '상생의 동반자'를 자처하며 골목 구석구석을 연결하던 플랫폼은 이제 거대한 포식자가 되어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참다못한 자영업자들은 개별적인 침묵을 깨고 공동 대응이라는 연대의 깃발을 들어 올렸다. 이는 단순한 이익집단의 반발이 아니다. 거대 플랫폼이 쳐놓은 촘촘한 그물망 속에서 숨 쉴 구멍을 찾으려는 생존의 아우성이다.
물론 플랫폼 기업들의 항변도 아주 무가치한 것은 아니다. 고도화된 알고리즘을 유지하기 위한 막대한 서버 비용, 인공지능(AI) 기술 투자, 그리고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편리함의 가치는 무시할 수 없다. 자유시장경제에서 가격 결정은 기업의 고유 권한이라는 주장도 일리가 있다. 그러나 플랫폼의 가치는 그 위를 걷는 수많은 이용자와 상인들의 활동 위에서만 존재할 수 있다. 숙주가 쓰러진 뒤에 기생하는 생명체가 살아남을 수 없듯, 골목이 무너진 플랫폼은 결국 사막 위의 신기루에 불과하다.
이러한 갈등을 해결하고자 지난 2026년 4월 10일,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주도로 '배달앱 사회적 대화 기구'가 닻을 올렸다. 정부와 업계, 자영업자가 머리를 맞대고 상생의 해법을 찾으리라는 기대가 모였다. 그러나 수수료 인하 폭을 둘러싼 양측의 깊은 불신과 이견은 메워지지 않았다. 결국 4월 27일로 예정되었던 2차 회의가 취소되면서, 간신히 마련된 사회적 논의의 장은 잠정적인 침묵 속으로 빠져들고 말았다.
멈춰 선 대화의 시계바늘을 다시 돌리기 위해서는 실효성 있는 중재안이 절실하다. 단순히 보여주기식 회의나 생색내기용 미봉책으로는 이 깊은 골을 메울 수 없다. 플랫폼 기업은 자신들의 성장이 자영업자들의 땀방울 위에서 이뤄졌음을 인정하고 전향적인 양보안을 내놓아야 한다. 중재 기구 역시 단순한 참관자에 머물지 말고, 양측이 타협할 수 있는 구체적이고 강제력 있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한다.
맹자는 '항산(恒産)이 없으면 항심(恒心)이 없다'고 했다. 안정적인 생업이 보장되지 않는 사회에서 건강한 연대와 상생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플랫폼이라는 차가운 기술의 영토 위에, 이제는 인간의 온기가 담긴 상생의 다리를 놓아야 할 때다. 봄바람이 불어와도 선뜻 문을 열지 못하는 골목길 상인들의 차가운 손을 잡아줄 따뜻한 타협의 소식을 기다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