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대를 놓으시면 10만 원을 드립니다." 전국의 지자체들이 고령 운전자의 면허 반납을 유도하기 위해 내건 조건이다. 고령 운전자의 교통사고 뉴스가 보도될 때마다 여론은 들끓고, "하루빨리 면허를 반납하게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는다. 하지만 과연 면허증을 회수하는 것만이 정답일까? 이 손쉬운 행정 편의적 발상 뒤에는 고령층의 생존과 직결된 '이동권 박탈'이라는 거대한 그늘이 숨어 있다.
정부 발표와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25년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20%를 넘어서는 초고령사회로 진입한다. 고령 운전자 수 역시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지만, 정작 면허 반납률은 수년째 2% 안팎에 머물러 있다. 10만 원짜리 교통카드 한 장과 바꾼 대가가 너무도 가혹하기 때문이다. 특히 대중교통망이 촘촘한 대도시와 달리, 버스가 하루에 두세 번만 다니는 농어촌 지역에서 운전면허 반납은 사실상 '외출 금지령'과 다름없다.
지방의 소도시나 농어촌에서 자동차는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니라 생명선이다. 몸이 아파 병원에 가려 해도, 생필품을 사러 읍내에 나가려 해도 운전대를 잡지 않고서는 방법이 없다. 이러한 현실을 외면한 채 "안전을 위해 면허를 반납하라"고 압박하는 것은 고령자들을 사회적으로 고립시키고 삶의 질을 급격히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한다. 결국 이동권이 보장되지 않는 면허 반납 제도는 또 다른 형태의 사회적 소외를 낳는 '덫'이 될 뿐이다.
따라서 고령 운전자 대책의 패러다임은 '규제와 박탈'에서 '대안과 공존'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면허 반납을 독려하기에 앞서, 교통 소외 지역의 이동권을 보장할 인프라 구축이 선행되어야 한다. 최근 일부 지자체에서 도입해 호응을 얻고 있는 수요응답형 버스(DRT)나 '100원 택시' 같은 맞춤형 교통 서비스를 전국적으로 확대하고 체계화해야 한다. 고령층이 운전대를 놓아도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순서다.
안전은 타협할 수 없는 가치다. 그러나 특정 계층의 일상을 희생시켜 얻는 안전은 반쪽짜리에 불과하다. 초고령사회를 목전에 둔 지금, 우리가 고민해야 할 것은 고령자를 도로 위에서 퇴출하는 방법이 아니다. 그들이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는 권리를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제도적 뒷받침이다. 진정한 교통안전은 고령 운전자의 손에서 열쇠를 빼앗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발이 되어줄 대안을 마련하는 데서 시작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