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전 국무총리 측이 '헌법재판관 미임명 의혹' 사건의 핵심 증거로 제출된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의 수첩 메모가 위법하게 수집되었다고 법정에서 주장하며 공방을 벌였습니다. 한 전 총리 측 변호인은 29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재판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박 전 장관을 신문하며, 특검팀이 박 전 장관의 자택 압수수색 과정에서 수첩의 일부 페이지를 촬영한 행위가 영장에 명시된 적법한 절차를 벗어났다고 지적했습니다. 또한, 압수 조서 내용과 달리 실제로는 검사의 휴대전화로 촬영되었으며, 별건 사건의 증거로 활용하는 데 동의한 바 없다는 점도 강조했습니다.

증거 수집 절차 놓고 첨예한 대립

한 전 총리 측은 박 전 장관에게 수첩의 임의 제출 요구 여부, 촬영 사유 설명 여부, 그리고 촬영 방식 등을 캐물었습니다. 박 전 장관이 '그렇지 않다'고 답하자, 변호인은 압수수색 영장에 기재된 방법과 다르며, 디지털 기기에서 이미지를 확보했다는 압수 조서 내용 역시 사실과 다르다고 항변했습니다. 더불어, 내란중요임무 종사 혐의로 영장이 발부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해당 수첩 메모를 한 전 총리의 직무유기 혐의 사건 증거로 사용하는 것에 대해 박 전 장관이 동의한 적이 없다는 점도 부각했습니다. 이에 대해 박 전 장관은 전혀 생각해 본 적이 없고 관련성도 모르겠다고 답변했습니다.

특검팀, '부득이한 상황' 설명하며 반박

특검팀은 당시 수첩 사본을 만들 수 없는 상황이었고, 박 전 장관의 변호인과 협의하여 부득이하게 사진 촬영을 진행했다고 해명했습니다. 특검팀은 영장에 기재된 날짜 이후의 내용물은 가져갈 수 없다는 변호인의 요청과 복사기 부재 등의 상황을 설명하며, 변호인에게 사진 촬영 방식을 고지했다고 밝혔습니다. 양측이 공방을 벌인 수첩 메모는 12·3 비상계엄 해제 직후 당정대 회의에서 작성된 것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을 막아야 한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특검팀은 이 메모를 한 전 총리가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은 동기로 판단하여 주요 증거로 제출했습니다.

직권남용 혐의 법리 공방도 이어져

한편, 재판에서는 직권남용죄 성립 여부를 둘러싼 법리 공방도 치열하게 전개되었습니다. 특검팀은 한 전 총리가 인사검증 절차 없이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지명한 행위에 직권남용 혐의를 적용했지만, 한 전 총리 측은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헌법재판관 지명 권한이 없다고 주장하며 혐의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반박했습니다. 재판부는 양측의 주장을 들은 뒤, 권한과 관련된 특검팀의 논리에 모순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