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가상자산 시장이 1100만 이용자 시대를 넘어섰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2025년 말 기준 국내 가상자산 시가총액은 87.2조 원, 거래 가능 이용자 계정 수는 1,113만 개에 달하며, 원화예치금 규모 역시 하반기 기준 8.1조 원으로 상반기(6.2조 원) 대비 31%나 급증했다. 이처럼 시장의 외형은 급격히 팽창했으나, 투자자를 보호할 제도적 안전망은 이제 막 첫걸음을 뗀 상태다. 2024년 7월 19일부터 본격 시행된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은 시장 건전화를 위한 역사적인 이정표이지만, 법안의 제정이 곧 시장의 안전을 담보하는 것은 아니다. 이제는 규제의 정착을 넘어, 실질적이고 빈틈없는 감독 체계를 구축해 시장의 투명성을 확보해야 할 때다.

본지가 주목하는 첫 번째 과제는 이용자 자산의 물리적 보호 의무를 철저히 이행하도록 강제하는 일이다. 현행법은 가상자산사업자가 이용자의 예치금을 신뢰할 수 있는 은행에 예치·신탁하도록 하고, 보유 가상자산의 80% 이상을 인터넷과 차단된 안전한 '콜드월렛'에 보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는 과거 거래소 파산이나 내부 횡령 사태로부터 고객 자산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방어선이다. 감독 당국은 사업자들이 이 규정을 형식적으로만 준수하지 않는지, 실제 보관 비율과 예치금 관리 실태를 실시간에 준하는 수준으로 상시 점검하는 체계를 갖추어야 한다.

두 번째로, 해킹 등 예측 불가능한 보안 사고에 대비한 재무적 안전망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 법에 따라 사업자는 인터넷에 연결된 '핫월렛' 보관 자산 가치의 5% 이상을 보상하는 보험에 가입하거나 준비금을 적립해야 한다. 원화거래소는 최소 30억 원, 코인마켓 및 지갑·보관업자는 최소 5억 원이라는 구체적 기준이 마련되었으나, 날로 지능화되는 해킹 기법과 가상자산의 높은 변동성을 고려할 때 이 기준이 충분한지 지속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사고 발생 시 실질적인 피해 구제가 신속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보상 절차를 명확히 하고, 보안 표준 가이드라인을 주기적으로 업데이트해야 한다.

세 번째는 불공정거래에 대한 무관용 원칙과 강력한 사법 공조다. 미공개 정보 이용, 시세조종, 부정거래 등 시장의 투명성을 흐리는 행위에 대해 1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부당이득액의 3~5배 벌금을 부과하고, 부당이득이 50억 원 이상일 경우 최대 무기징역까지 선고할 수 있도록 한 처벌 규정은 매우 바람직하다. 그러나 사후 처벌보다 중요한 것은 사전 예방과 신속한 적발이다. 가상자산 거래의 특성상 국경을 넘나드는 불법 행위가 빈번한 만큼, 금융감독 당국과 검찰, 그리고 국제 수사기관 간의 유기적인 공조 시스템이 가동되어야 한다. 이상 거래를 실시간으로 탐지하는 고도화된 모니터링 시스템의 도입과 전문 인력 확충이 시급한 이유다.

가상자산은 이제 부정할 수 없는 금융 생태계의 한 축으로 자리 잡았다. 시장의 건전한 발전은 투자자가 안심하고 참여할 수 있는 투명한 환경이 조성될 때만 가능하다.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의 시행은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이다. 당국은 법의 빈틈을 노리는 변칙 행위를 선제적으로 차단하고, 업계는 자율 규제 역량을 극대화하여 시장의 신뢰를 스스로 증명해야 한다. 1100만 투자자의 자산 안전을 지키고 건전한 디지털 자산 시장을 확립하기 위한 정부와 업계의 단호하고 책임 있는 행동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