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의 가전제품이나 생필품을 '소유'하는 대신 '구독'하며 이용하는 소비 방식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과거 정수기, 비데 등에 국한되었던 구독 서비스가 보일러, 세탁 서비스, 생리대 등으로 품목을 넓히며 소비자들의 일상 깊숙이 파고들고 있다. 이는 경기 침체로 가계 부담이 늘면서 초기 구매 비용 대신 월별 합리적인 비용으로 제품을 이용하고 관리받는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증가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내구재 보일러도 구독 품목으로 등장

경동나비엔은 2023년부터 환기청정기를 시작으로 보일러, 주방가전, 숙면매트 등으로 구독 상품군을 확대했다. 특히 일반적으로 고장 나기 전까지 별도 관리가 필요 없다고 여겨졌던 보일러까지 월 1만~3만원대의 비용으로 6년 또는 8년간 구독할 수 있도록 제공한다. 이 기간 동안 무상 애프터서비스와 연 1회 정기 점검 서비스가 포함되어 초기 비용 부담을 낮추고 편리한 관리를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경동나비엔 관계자에 따르면, 구독 관련 매출은 2024년 대비 2025년 381%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귀뚜라미 역시 현대렌탈케어와 협력해 가정용 보일러 구독 서비스 '따숨케어'를 선보이며, 5년 구독 시 월 2만7900원인 고급형 모델을 8년 구독 시 월 1만8900원으로 제공하는 등 비용 부담을 낮추고 있다. 귀뚜라미 관계자는 "이제는 '소유'보다 '관리'를 선택하는 시대"라며 구독 서비스의 강점을 강조했다.

세탁·생리대까지… 맞춤형 구독 서비스 확산

세탁업 중개 서비스 기업 '매일새옷'은 월 2200원의 구독료로 멤버십 서비스를 제공한다. 제휴 세탁소 이용 시 세탁료 10% 할인 혜택을 제공하며, 멤버십 제휴 세탁소 매출이 전체 매출의 7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여성 헬스케어 스타트업 '해피문데이'의 '월경구독' 서비스는 수만 명의 구독자를 확보했으며, 1년 이상 이용자 비중이 87%에 달할 정도로 높은 충성도를 보이고 있다. 이 서비스는 자체 개발 알고리즘으로 개인의 월경 주기를 예측하여 생리대, 탐폰 등을 정기적으로 배송해주는 맞춤형 서비스다. 이용자들은 갑작스러운 생리 용품 부족에 대한 걱정을 덜 수 있다는 점에서 만족감을 표하고 있다.

2030 1인 가구 중심… '관리' 가치 중시

현재 구독 서비스의 주요 고객층은 20·30대 1인 가구로 나타났다. 이들은 고가 가전 구매를 위한 목돈 마련이 어렵지만, 매달 일정 현금 흐름이 있어 구독 모델에 대한 지출에 부담을 덜 느끼는 경향이 있다. 또한, 가사 노동 부담을 줄여주거나 전문가가 대신 관리해주는 서비스에 높은 가치를 부여하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구독 서비스가 늘면서 '제2의 월세'처럼 느껴질 만큼 비용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분기별, 반기별로 구독 서비스를 점검하고 불필요한 서비스는 과감히 해지하여 비용을 관리할 것을 조언한다. 1인 가구 증가와 고령화 추세 속에서 구독 경제는 더욱 성장할 전망이며, 소비자 피해를 줄이기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의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