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2026년도 임금협약이 마침내 타결되었으나, 조직 내부의 갈등은 오히려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지난 5월 27일 치러진 임금협약 찬반투표 결과, 전체 재적 조합원 6만 5,593명 중 6만 2,616명이 참여해 95.46%라는 압도적인 투표율을 기록하며 협약안이 가결되었다. 그러나 노사 간의 합의라는 외형적 성과 뒤에는 반도체(DS) 부문과 비반도체(DX 등) 부문 간의 성과급 격차로 촉발된 깊은 '노노(勞勞) 갈등'이 도사리고 있어, 경영진과 노동조합 모두에게 새로운 과제를 던지고 있다.

이번 임협 타결은 장기간 이어진 노사 대립을 일단락 지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축하의 분위기 대신 상대적 박탈감과 상호 불신이 고조되는 모양새다. 갈등의 핵심은 단순한 기본급 인상률이 아닌, 매년 초 지급되는 초과이익성과급(OPI)의 산정 방식과 부문별 격차에 있다. 성과에 따른 차등 보상이라는 삼성의 전통적 원칙이, 이제는 조직의 결속력을 해치는 부메랑으로 돌아왔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갈등의 도화선이 된 '성과급 격차'와 상대적 박탈감

삼성전자의 성과급 제도는 각 사업부의 연간 실적에 연동되어 지급된다. 과거 반도체 초호황기에는 DS 부문 임직원들이 연봉의 최대 50%를 성과급으로 수령하며 타 부문의 부러움을 샀다. 그러나 최근 반도체 업황의 급격한 변동으로 DS 부문의 성과급이 급감하거나 지급되지 않는 상황이 발생한 반면, 모바일과 가전 등 DX 부문은 상대적으로 높은 성과급을 받으면서 내부의 균열이 본격화되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러한 부문별 실적 연동형 보상 체계는 직원들로 하여금 '같은 회사에 다니면서도 전혀 다른 대우를 받는다'는 인식을 심어주었다. 특히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글로벌 경기 흐름이나 업황 주기에 따라 연간 총소득이 수천만 원씩 차이 나는 구조에 대해 구성원들의 불만이 누적되어 왔다. 이는 결국 부서 간 이기주의를 자극하고, 노조 내부에서도 직군 및 사업부별로 이해관계가 갈리는 결정적 원인이 되었다.

단순 임금 인상을 넘어선 '보상 공정성'의 요구

현재 표출되고 있는 노노 갈등은 단순히 '돈을 더 달라'는 차원의 요구가 아니다. 핵심은 보상의 '과정적 공정성'과 '기준의 투명성'에 있다. 특히 노조의 주축을 이루는 젊은 세대 직원들은 성과급 산정 기준이 되는 '경제적 부가가치(EVA)' 등의 지표가 불투명하게 운영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회사 전체의 성장에 기여한 공로가 특정 사업부의 일시적 적자나 흑자 여부에 따라 과소평가되어서는 안 된다는 논리다.

주요 글로벌 기업이나 국내 타 대기업의 경우, 사업부별 실적뿐만 아니라 회사 전체의 성과와 개인의 공헌도를 종합적으로 반영하는 하이브리드형 보상 모델을 도입하는 추세다. 극단적인 사업부별 격차를 완화함으로써 조직 내 협업을 장려하고 공동체 의식을 유지하기 위함이다. 반면 삼성의 현행 제도는 개별 사업부의 독립성을 극대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어, 융합과 시너지가 중요한 고도화된 IT 환경에서 오히려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합리적 보상 체계의 제언

전문가들은 이번 임협 타결 이후 불거진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선 보상 체계의 근본적인 개편이 불가피하다고 입을 모은다. 개별 사업부의 단기 영업이익에만 치우친 성과급 산정 공식을 완화하고, 전사적 협업 지표나 중장기 가치 창출 기여도를 반영하는 유연한 제도가 도입되어야 한다는 제언이다.

결국 이번 사태는 삼성전자가 초일류 기업으로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어가기 위해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다. 임금협약이라는 제도적 합의를 이뤄낸 지금이야말로, 구성원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이고 공정한 보상 기준'을 마련하기 위한 진지한 사회적 합의와 내부 소통이 필요한 시점이다. 내부의 신뢰를 회복하지 못한다면,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 확보 역시 모래 위에 성을 쌓는 격이 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