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공급망이 블록화되고 자원 무기화 장벽이 높아지는 지금, 국가 생존을 위한 전략물자 확보는 더 이상 선택의 영역이 아니다. 정부가 최근 일본과의 공급망 공조를 강화하며 공동 대응 전선을 구축하는 것은 시의적절하며 크게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동맹과 우방국에만 의존하는 공급망은 반쪽짜리 안전판에 불과하다. 진정한 경제 안보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대외 협력의 외연을 넓히는 동시에, 우리만의 독자적인 자립망을 구축하는 투트랙 전략이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

우리가 처한 현실은 엄혹하다. 반도체, 이차전지 등 첨단 산업의 핵심 원자재에 대한 특정국 의존도는 여전히 70%를 상회하고 있다. 이는 글로벌 공급망에 작은 균열만 생겨도 국내 실물 경제가 통째로 흔들릴 수 있는 치명적인 약점이다. 자원을 무기화하려는 패권 경쟁 속에서 특정 국가에 대한 과도한 쏠림을 방지하는 것은 우리 산업계의 가장 시급한 당면 과제다. 한일 간의 협력은 이러한 취약성을 보완하는 훌륭한 출발점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공조의 강화가 자칫 독자적 자립 노력의 이완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국제 관계의 역학 구도는 언제든 변할 수 있으며, 우방국 간의 이해관계 역시 늘 일치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는 일본과의 공조 체제를 다지는 한편, 자체적인 공급망 다변화에 더욱 속도를 내야 한다. 최근 정부와 업계가 호주를 통한 원료 채굴 단계부터, 말레이시아에서의 정제 및 분리 공정 확보, 그리고 베트남을 거치는 안정적인 공급망 경로 개척까지 다각적인 독자망 확보에 나선 것은 매우 고무적인 변화다.

이러한 독자적 다변화 노력이 실질적인 결실을 보기 위해서는 일관된 정책 지원과 과감한 투자가 필수적이다. 특정 거점에 의존하던 기존 경로에서 벗어나 자원 부국들과의 직접적인 파트너십을 다지고, 대체재 개발을 위한 연구개발(R&D)에 국가적 역량을 모아야 한다. 자체적인 정제·제련 기술을 고도화하여 공급망의 상류(Upstream)부터 하류(Downstream)까지 아우르는 독자적 통제력을 갖출 때 비로소 대외 외풍에 흔들리지 않는 튼튼한 경제 체력을 가질 수 있다.

전략물자 안보는 국가의 명운이 걸린 중대사다. 정부는 우방국과의 공조를 공고히 하되, 이를 우리 독자망의 자립도를 높이는 지렛대로 삼아야 한다. 민관이 원팀이 되어 대체 공급로를 끊임없이 발굴하고, 국내 제조 기반의 복원력을 극대화할 때 비로소 진정한 공급망 주권을 확보할 수 있다. 튼튼한 독자망이라는 든든한 뒷배가 있을 때, 국제 무대에서의 공조 목소리도 더욱 힘을 얻을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