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벌었으니 많이 준다.” IT·테크 업계에서 이 명제는 오랫동안 깨지지 않는 철칙이자 최고의 유인책으로 통했다. 매년 초 날아드는 성과급 봉투의 두께에 따라 직장인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이는 곧 기업의 경쟁력으로 포장되곤 했다. 하지만 묻지 않을 수 없다. 과연 그 보상의 기준은 모두에게 공정하게 열려 있는가? 화려한 성공 신화의 그늘 뒤에는 산정 방식을 알 수 없는 밀실 행정과 이로 인한 구성원들의 깊은 박탈감이 도사리고 있다.

최근 국내 대표 IT·제조 대기업들의 보상 시즌을 들여다보면 이러한 균열이 더욱 선명하게 드러난다. 천문학적인 영업이익을 낸 특정 사업부가 수천만 원의 성과급을 챙기는 사이, 회사의 미래 먹거리를 책임지는 완제품(DX) 부문 직원들은 600만 원 상당의 자사주 지급에 그칠 것으로 보여 사업부 간 극심한 온도차를 나타냈다. 이러한 격차는 단순히 실적의 차이로만 치부하기 어렵다. 구성원들이 분노하는 지점은 보상의 액수 자체가 아니라, 내가 왜 이만큼을 받아야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설명과 기준의 부재다.

우리는 이미 밀실에서 결정된 보상체계가 어떤 파장을 불러오는지 목격한 바 있다. 지난 2021년 SK하이닉스에서 불거진 성과급 산정 기준 논란이 대표적이다. 당시 불투명한 산정 방식에 반발한 젊은 직원들의 목소리는 결국 사측이 성과급 기준을 영업이익과 연동하는 방식으로 투명하게 변경하게 만드는 선례를 남겼다. 이는 단순히 돈을 더 달라는 요구가 아니라, '공정함'과 '예측 가능성'을 요구하는 시대적 흐름의 시작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IT 기업들은 성장 지상주의라는 방패 뒤에 숨어 성과급 산정 공식을 베일에 싸두고 있다. 단기 실적만을 지표로 삼는 보상체계는 장기 연구개발(R&D)이나 인프라 구축처럼 당장 눈앞의 이익을 내지 못하지만 기업의 생존에 필수적인 부서의 사기를 꺾어놓기 십상이다. 이는 결국 부서 간 이기주의를 낳고, 협업을 저해하며, 장기적으로는 기업의 성장 동력을 스스로 갉아먹는 독약이 될 뿐이다.

이제 IT 업계는 '성과가 있는 곳에 보상이 있다'는 구호의 내실을 다져야 한다. 진정한 성과주의는 결과의 차등 적용뿐만 아니라 과정의 투명성이 담보될 때 비로소 완성된다. 기업들은 성과급 산정 기준을 명확히 공개하고, 구성원들과의 열린 소통을 통해 합리적인 분배 기준을 재정립해야 한다. 기준이 공정하다면 결과가 다소 아쉽더라도 구성원들은 수긍하고 다음을 기약할 수 있다.

보상의 공정성은 단순히 복지 혜택의 차원을 넘어 기업의 생존이 걸린 핵심 경쟁력이다. 인재의 이동이 자유로운 IT 업계에서 불투명한 보상체계는 가장 치명적인 인재 유출 요인이다. 구성원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공정 분배의 룰을 만드는 것, 그것이 바로 혁신을 외치는 IT 기업들이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내부의 혁신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