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스마트폰 터치 몇 번으로 음식이 문 앞까지 배달되는 시대를 '혁신'이라 부른다. 그러나 이 경이로운 속도가 과연 고도화된 알고리즘만의 승리일까. 어쩌면 우리는 기술의 편리함이라는 가면 뒤에 숨은, 배달 노동자들의 목숨을 담보로 한 위험한 질주를 묵인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플랫폼 노동이라는 유연한 이름 아래, 안전의 책임은 교묘하게 노동자 개인에게 전가되고 있다.

정부는 플랫폼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해 산재보험 적용 범위를 넓혀왔다고 홍보한다. 하지만 현장의 온도는 전혀 다르다. 현행 산재보험 제도는 여전히 전통적인 제조업 시대의 '전속성' 기준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해, 여러 플랫폼을 전전하는 노동자들을 온전히 품지 못하는 사각지대를 남겨두고 있다. 제도의 외형은 커졌을지언정, 실제 노동자가 다쳤을 때 작동하는 실효성은 턱없이 부족하다는 뜻이다.

더 큰 문제는 노동을 통제하는 플랫폼의 방식에 있다. 노동계에 따르면, 플랫폼사의 일방적인 배달 운임 삭감과 시간제한 미션은 배달 노동자들을 상시적인 과속과 과로로 내모는 주범으로 꼽힌다. 제한 시간 내에 배달을 마치지 못하면 불이익을 주는 시스템 속에서, 도로 위의 안전 수칙은 사치가 된다. 플랫폼사가 제공하는 안전 교육 역시 형식적인 온라인 영상 시청에 그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제는 플랫폼사에 실효성 있는 안전 교육을 의무화하고, 배달업 최저보수제를 도입해 속도 경쟁의 근본적 원인을 제거해야 한다.

플랫폼 기업들은 자신들이 단지 수요와 공급을 연결하는 '중개자'일 뿐이라고 항변한다. 하지만 알고리즘을 통해 배달 단가를 실시간으로 조정하고 업무를 배정하는 이들이 진짜 원청이 아니라면 누구란 말인가. 권한이 있는 곳에 책임도 있어야 한다. 플랫폼 노동자의 안전망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원청인 플랫폼 기업에 실질적인 지휘·감독 책임을 묻고, 산재 예방을 위한 재정적·법적 책임을 강제하는 제도적 결단이 필요하다.

혁신은 사회적 약자의 희생을 발판 삼아 성장해서는 안 된다. 플랫폼 노동자의 산재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것은 단순한 복지 확대를 넘어, 디지털 경제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기 위한 필수 과제다. 편리함 뒤에 가려진 노동의 그늘을 직시하고 원청의 책임을 무겁게 물을 때, 비로소 우리는 진정한 의미의 스마트 사회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