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표상 물가상승률이 둔화하고 있다는 정부의 발표와 달리, 국민들이 체감하는 장바구니 물가는 여전히 한계 상황에 직면해 있다. 수치상의 '안정세'가 착시 효과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민생의 핵심인 외식 및 생활물가 고통을 외면한 채 지표 관리에만 급급할 때가 아니며, 이제는 고질적인 유통 구조를 근본적으로 수술해야 할 시점이다.
첫째, 대외 변수로 인한 공급 측면의 물가 불안 요인이 여전히 서민 경제를 위협하고 있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중동 분쟁 여파로 지난 5월 석유류 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24.2% 급등했으며, 세부적으로 휘발유가 23.1%, 경유가 33.3%나 올랐다. 이 같은 유가 상승은 국제항공료를 1995년 통계 작성 이래 역대 최대 폭으로 끌어올리는 도미노 효과를 낳았다. 에너지와 교통 비용의 상승은 결국 전방위적인 물가 압박으로 이어져 지표 안정세를 무색하게 만든다.
둘째, 공식 소비자물가상승률과 국민이 매일 체감하는 생활물가 사이의 괴리가 너무 크다. 지표상 상승률은 소폭 둔화했을지 몰라도, 외식 물가와 필수 식료품 가격은 한번 오르면 내려가지 않는 하방경직성을 보이고 있다. 외식업계의 누적된 원가 부담과 인건비 상승이 가공식품 및 외식 가격에 고스란히 반영되면서 서민들의 실질 소득은 사실상 감소하는 처지다. 지표가 안정되었다는 안이한 진단은 현장의 비명과 동떨어져 있다.
셋째, 복잡하고 불투명한 유통 구조가 유통 마진을 부풀려 소비자 가격을 왜곡하고 있다. 농축수산물과 공산품을 막론하고 생산자로부터 소비자에 이르기까지 거치는 다단계 유통 과정은 중간 도매업자들의 배만 불릴 뿐, 정작 농민과 소비자는 피해를 보는 기형적 구조를 유지해 왔다. 산지 가격이 폭락해도 대형마트나 시장의 판매가는 끄떡없는 현상은 유통 고속도로에 낀 거품을 걷어내지 않고서는 결코 해결할 수 없다.
정부는 단순히 수입산 할당관세 지원이나 한시적인 할인쿠폰 발행 같은 임시방편식 대책에서 벗어나야 한다. 생산자와 소비자를 직접 연결하는 디지털 유통 플랫폼을 활성화하고, 독과점적 유통망에 대한 시장 감시를 강화하는 등 근본적인 '유통 구조 대개혁'에 착수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장바구니 물가의 실질적 안정이 뒷받침되지 않는 수치상의 안정은 모래성에 불과하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