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아오른 아스팔트 위로 아지랑이가 피어오른다.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숨이 턱 막히는 오후 2시, 서울의 한 재개발 건설 현장 인부들의 등판은 이미 소금기로 하얗게 절어 있다. 안전모 아래로 흘러내리는 땀방울을 닦아낼 새도 없이 벽돌을 나르는 이들의 손길은 위태롭기만 하다. 기후변화로 매년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는 폭염은 이제 단순한 더위가 아닌 야외 노동자들의 생존을 위협하는 ‘소리 없는 재난’이 되었다. 정부가 매년 대책을 쏟아내지만, 현장의 노동자들은 여전히 "쉴 권리는 먼 나라 이야기"라고 입을 모은다.

법과 현실의 괴리, 단속에 걸린 폭염 대책

정부는 폭염기 노동자 보호를 위해 물, 그늘, 휴식이라는 3대 수칙을 강조하며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 이 규칙이 얼마나 유명무실한지는 고용노동부의 단속 결과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 2025년 7월부터 8월까지 실시한 폭염 안전보건 규칙 준수 여부 집중 단속 결과, 무려 711개 사업장에서 총 780건의 위반 사항이 적발되었다. 이는 많은 사업장이 여전히 폭염을 심각한 산업재해 요인으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방증이다.

적발된 사례들은 야외 노동자들의 처참한 현실을 그대로 반영한다. 볕을 피할 수 있는 최소한의 그늘막조차 설치하지 않거나, 오염된 식수를 방치한 곳이 허다했다. 폭염 경보가 발령되었음에도 무리하게 작업을 강행하다 적발된 사업장도 적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가이드라인 중심의 현행 대책이 강제성이 떨어져 실효성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법적 구속력이 약한 권고 수준에 머무는 한, 이윤 극대화와 공기 단축을 우선시하는 현장의 관행을 바꾸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의 '안전 양극화'

더 큰 문제는 기업 규모에 따라 안전보건 환경의 격차가 극심하게 벌어지는 ‘안전 양극화’ 현상이다. 이번 고용노동부 단속 결과에서 위반 사업장 711곳 중 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이 무려 66%인 470곳에 달했다는 사실은 매우 시사하는 바가 크다. 대기업이 운영하는 대형 건설 현장이나 물류센터는 그나마 체계적인 보건 관리 시스템과 휴게 시설을 갖추고 있지만, 영세한 하청 업체나 소규모 사업장은 폭염 대책의 사각지대에 완전히 방치되어 있는 셈이다.

소규모 사업장의 경우 재정적 여력이 부족해 에어컨이 설치된 휴게실이나 충분한 얼음물 등을 제공하기 어렵다. 또한, 공기 단축 압박이 더 직접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폭염 속에서도 작업을 멈추기 힘든 구조적 한계를 지닌다. 한 노동계 관계자는 "50인 미만 사업장은 안전관리자조차 배치되지 않은 경우가 많아, 노동자가 스스로 위험을 감지하고 휴식을 요구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토로했다. 결국 기후재난의 피해가 사회적 약자인 영세 사업장 노동자에게 집중되고 있는 것이다.

'권고' 넘어선 제도화와 실효성 있는 지원책 필요

기후변화가 가속화됨에 따라 폭염은 일시적인 기상 이변이 아닌 상시적인 위험 요소로 자리 잡았다. 이에 따라 사후 약방문식 단속을 넘어선 근본적인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우선 현행 열사병 예방 가이드라인을 보다 구체화하고, 일정 온도 이상 시 작업을 의무적으로 중단하도록 하는 법제화 방안이 검토되어야 한다. 이미 해외 선진국들은 기온과 습도를 종합적으로 고려한 작업 중단 기준을 법으로 규정해 노동자의 안전을 강제하고 있다.

동시에 영세 사업장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책 마련도 병행되어야 한다. 단속과 처벌 위주의 정책만으로는 50인 미만 사업장의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기 어렵다. 정부가 이동식 에어컨 설치 지원금을 확대하거나, 공기 연장에 따른 손실을 보전해 주는 등의 재정적·제도적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현장의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다. 노동자의 '쉴 권리'가 비용이 아닌 인간 존엄의 문제라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올여름도 태양은 식지 않을 것이며, 기후위기의 강도는 해를 거듭할수록 더해질 전망이다. 야외 노동자들이 흘리는 눈물이 땀방울에 묻혀 흐려지지 않도록, 이제는 우리 사회가 이들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놓아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