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 형태의 다변화 속에서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플랫폼 노동자의 '퇴직금' 권리 인정 여부가 노동 시장의 최대 화두로 부상했다. 최근 사법부가 플랫폼 노동자의 노동자성을 폭넓게 인정하는 판결을 내리면서, 그동안 퇴직급여 제도의 울타리 밖에 있던 플랫폼 종사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적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정부 발표와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국내 플랫폼 종사자는 약 80만 명을 넘어섰으며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이들의 법적 지위 변화는 단순한 개별 소송의 결과를 넘어, 산업 생태계 전반의 비용 구조와 고용 패러다임을 뒤흔들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사법부의 노동자성 인정 확대, 판결이 던진 메시지

법조계와 노동계에 따르면, 서울동부지법은 지난 2026년 2월 5일 프리랜서 계약을 맺고 일한 '타다' 드라이버 24명이 쏘카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형식적인 프리랜서 계약 여부와 관계없이 업무 지시의 구체성, 근무 시간 및 장소의 구속성 등을 고려할 때 이들이 실질적인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 판결은 플랫폼 기업이 업무 과정을 실질적으로 통제했다면 퇴직금 지급 의무를 피할 수 없음을 명확히 한 결정이다.

이번 판결은 배달 라이더, 가사 도우미 등 유사한 형태로 일하는 타 플랫폼 업계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사법부가 '계약의 형식'보다 '근무의 실질'을 우선시하는 경향을 굳히면서, 플랫폼 기업들은 기존의 인력 운용 방식과 노무 관리 체계를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산업계 비용 부담과 플랫폼 비즈니스 모델의 위기

플랫폼 노동자의 노동자성 인정 범위가 확대됨에 따라 산업계가 받게 될 충격은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플랫폼 기업이 이들을 정식 근로자로 인정하게 될 경우, 퇴직금뿐만 아니라 4대 보험료 부담, 주휴수당 등 추가적인 노동 비용 지출이 불가피해진다. 관련 업계 분석에 따르면, 플랫폼 노동자의 노동자성이 전면 인정될 경우 기업의 직접 노무비 부담은 기존 대비 최소 20%에서 최대 30%까지 급증할 수 있다.

특히 영업이익률이 낮거나 초기 투자가 지속되어야 하는 스타트업 및 중소 플랫폼 기업들의 경우, 이러한 비용 상승은 생존을 위협하는 요인이 된다. 비용 보전을 위해 서비스 수수료를 인상할 경우 결국 최종 소비자의 부담으로 전가되거나, 플랫폼이 제공하는 일자리 자체가 축소되는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상생을 위한 대안적 퇴직급여 제도 설계의 필요성

전문가들은 기존 근로기준법의 경직된 틀을 플랫폼 노동자에게 그대로 적용하기보다는, 플랫폼 노동의 고유한 특성을 반영한 새로운 제도적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플랫폼 노동자는 여러 플랫폼을 동시에 이용하는 '멀티호밍' 경향이 강하고, 노동 시간이 불분명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행 '1년 이상 지속 근무, 주 15시간 이상 근무'라는 퇴직금 지급 기준을 일률적으로 대입하는 것은 현실적 한계가 명확하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미국과 유럽 등 주요 선진국에서 논의되고 있는 '이동형 퇴직계정(Portable Benefits)'이나, 기업과 노동자가 공동으로 기금을 적립하는 '공제조합 방식'이 주목받고 있다. 일한 시간이나 벌어들인 소득의 일정 비율을 적립하고, 플랫폼을 이동하더라도 누적된 퇴직급여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하는 유연한 설계가 필요하다는 제언이다.

결국 플랫폼 노동자의 퇴직금 논쟁은 디지털 전환기 속에서 노동의 가치를 어떻게 재정의할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다. 사법부의 판결로 변화의 방향성은 정해진 만큼, 이제는 정부와 입법부, 그리고 산업계가 머리를 맞대고 기술 혁신과 노동권 보호가 공존할 수 있는 정교한 제도적 타협점을 찾아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