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말 벨기에 왕 레오폴트 2세는 콩고 분지를 '개인 소유지'로 선언하고 고무 채취를 강요했다. 손을 자르고 마을을 불태웠다. 그 땅에서 무엇이 났느냐가 아니라 누가 그것을 가져갔느냐가 역사의 판결을 갈랐다. 자원이 곧 저주가 되는 구조. 아프리카는 그 구조를 오래, 너무 오래 살아왔다.
2026년 6월 1일 서울에서 열린 한-아프리카 외교장관회의는 조현 외교부 장관과 가나의 사무엘 오쿠제토 아블라콰 외교장관이 공동으로 주재했다. 테이블에는 아프리카 각국의 외교 수장들이 앉았고, 의제의 중심에는 광물 협력이 있었다. 배터리 소재부터 희토류까지, 한국이 필요한 것들의 상당수가 아프리카 땅 밑에 있다. 이 회의를 단순한 자원 확보의 자리로 읽는다면, 우리는 또 다른 버전의 낡은 이야기를 반복하는 셈이다.
솔직하게 말하자. 자원 안보는 실재하는 절박함이다. 전기차와 반도체 산업의 공급망이 특정 국가에 집중될수록 한국의 산업 기반은 흔들린다. 아프리카 광물에 눈을 돌리는 것은 당연하고도 필요한 선택이다. 이 점에서 비판론자들이 말하는 '자원 외교 자체가 착취'라는 단순 등식에 나는 동의하지 않는다. 문제는 방식이다. 광물을 캐서 한국으로 가져오는 구조를 반복하면, 우리는 레오폴트의 방법론에서 형태만 다른 복사본을 만들 뿐이다.
아프리카 국가들이 오랫동안 요구해온 것은 하나다. 원석이 아니라 가공품으로 수출하고 싶다는 것. 리튬을 파내 원광 상태로 팔면 가격 결정권이 없다. 그것을 배터리 소재로 정제하고 가공하는 산업이 현지에 생겨야 비로소 자원이 부(富)로 전환된다. 한국이 보유한 배터리 소재 가공 기술, 제련 노하우, 산업 인프라 설계 역량은 이 전환의 열쇠가 될 수 있다. 기술을 수출하고, 현지 공장을 함께 짓고, 인력을 양성하는 협력 — 이것이 상생형 자원 외교의 실체여야 한다.
중국은 이미 이 판에서 한참 앞서 있다. 아프리카 전역에 제련소를 세우고 항만을 건설하며 인프라를 통해 영향력을 확장했다. 단기적으로는 아프리카 국가들이 이 구조에서 편의를 얻은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중국 방식의 그림자 역시 길다. 부채 함정, 자국 노동력 대량 투입, 현지 산업 기반 미형성. 한국이 들어갈 틈은 바로 여기다. 기술 이전을 진지하게 약속하고, 현지 고용을 실질적으로 창출하며, 수익을 현지에 재투자하는 모델. 이것은 도덕적 구호가 아니라 장기적으로 한국에도 유리한 전략이다. 신뢰를 산 나라가 자원도 안정적으로 공급받는다.
물론 쉽지 않다. 아프리카 각국의 정치적 불안정, 인프라 부족, 법제 미비는 투자 리스크를 높인다. 기업들이 선뜻 나서기 어려운 이유가 있다. 그렇다면 정부가 먼저 리스크를 함께 지는 구조를 설계해야 한다. 정책금융, 무역보험, 공적개발원조(ODA)를 광물 협력과 연계하는 패키지형 접근이 현실적 해법이다. 외교장관 회의가 선언에 머물지 않으려면, 서울의 합의가 현지 공장 부지에서 첫 삽으로 이어지는 경로를 구체화해야 한다.
땅은 언제나 침묵한다. 무엇을 캐느냐보다 어떻게 나누느냐가 그 땅과의 관계를 결정한다. 한국이 아프리카에서 얻고자 하는 것이 광물인지, 아니면 신뢰인지 — 그 답이 이번 외교장관회의 이후 우리가 실제로 무엇을 하느냐에 달려 있다.
자원 외교의 성패는 협정문 서명이 아니라, 10년 뒤 현지 노동자가 한국산 설비 앞에서 일하고 있는지 여부로 판가름 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