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가 2024년 독자적인 디지털서비스세(DST)를 강행하자 미국은 즉각 보복 관세 카드를 꺼냈다. 영국, 프랑스도 비슷한 경로를 밟았다. 2024년 말 기준 30여 개국이 자국 내 디지털세를 도입하거나 강화를 추진 중이지만, 그때마다 워싱턴의 통상 압력이 뒤따랐다. 이 장면이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은 하나다. 한국은 어느 쪽에 서야 하는가.
흔히 '구글세'로 불리는 디지털세의 본질은 간단하다. 구글, 메타, 애플 같은 글로벌 빅테크는 한국에서 수조 원의 매출을 올리면서도, 서버를 국내에 두지 않는다는 이유로 법인세를 사실상 거의 내지 않는다. 반면 네이버나 카카오는 국내 세법의 적용을 고스란히 받는다. 같은 시장에서 경쟁하는데, 세금 부담이 다르다. 이건 형평성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 역차별이다.
OECD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필라1' 합의를 추진했다. 일정 규모 이상의 다국적 기업이 실제 이익을 창출한 국가에 과세권 일부를 나누는 방식이다. 하지만 미국이 비준을 지연하면서 국제 공조는 사실상 멈춰 섰다. 각국이 독자 DST를 꺼낸 건 공조 실패의 산물이다. 한국 정부가 조심스러운 입장을 유지하는 것도 이 지점과 무관하지 않다. 미국과의 통상 관계, 한미 동맹의 구조 속에서 독자 과세는 정치적 비용이 크다.
그렇다고 손 놓고 있어도 되는 걸까. 국내 IT 기업들이 감당하는 세금과 규제의 총량을 빅테크와 비교하면, '공정한 경쟁'이라는 말이 공허해진다. 국내 플랫폼은 개인정보보호법, 전기통신사업법, 공정거래법의 중첩 규제 속에서 움직이는 반면, 구글과 메타는 국내 이용자 데이터를 활용한 광고 수익을 해외로 빼내면서도 규제의 사각지대에 머문다. 디지털세 논의가 단순한 세수 확보 차원을 넘어서야 하는 이유다.
물론 반론도 있다. 디지털세가 국내 IT 생태계에 역풍을 줄 수 있다는 우려다. 빅테크가 세 부담을 광고비 인상이나 서비스 축소 형태로 전가하면, 그 비용은 결국 국내 중소 광고주와 소비자에게 돌아온다. 스타트업 생태계가 구글 클라우드, 애플 앱스토어에 깊이 의존하는 구조에서 빅테크와의 마찰은 단순한 세금 문제가 아니라 인프라 문제로 번질 수 있다. 이 지점은 진지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
결국 한국의 선택지는 세 가지다. 국제 공조 복원을 기다리며 현상 유지, 독자 DST 도입으로 형평성 회복, 또는 디지털세 대신 역무 제공 의무나 데이터 현지화 요건을 강화하는 간접 규제 경로. 어느 쪽도 완벽하지 않다. 다만 분명한 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 역시 하나의 선택이며, 그 비용은 국내 기업과 납세자가 나눠 진다는 사실이다.
세금을 걷는 것보다 더 어려운 건 걷을 명분과 구조를 만드는 일이다. 지금 한국에 필요한 건 구글세 찬반 논쟁이 아니라, 디지털 경제에서 과세 주권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에 대한 냉정한 로드맵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