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7시 40분. 충북의 한 농촌 마을 버스 정류장에 70대 할머니 한 명이 서 있다. 손에는 병원 진료 예약 확인서. 그녀가 기다리는 버스는 이미 석 달 전 운행을 멈췄다. 노선 폐지 공고는 면사무소 게시판 한 켠에 붙었다가 사라졌고, 할머니는 그 사실을 버스가 오지 않는 날에야 알았다. 군청에 민원을 넣었지만 돌아온 답은 한결같다. "수요가 없습니다."
수요가 없다. 이 한 문장 안에 지방 대중교통 붕괴의 논리가 압축돼 있다. 사람이 떠나면 버스가 사라지고, 버스가 사라지면 남은 사람도 떠난다. 악순환이다. 그리고 그 끝에 남는 것은 차를 몰 수 없는 노인과 장애인, 그리고 텅 빈 정류장이다.
숫자로 보는 붕괴: 터미널 37곳 폐업, 노선은 32% 줄었다
정부 자료에 따르면 전국 버스터미널 수는 최근 수년 사이 254개 수준으로 줄어들며 과거 대비 약 31.9% 감소했다. 같은 기간 경영 악화로 문을 닫은 터미널만 37개소에 달한다. 단순히 시설이 줄어든 게 아니다. 그 터미널이 연결하던 농촌과 도시 사이의 끈이 잘린 것이다.
그 반면 서울고속버스터미널의 2025년 1월 기준 연간 이용객은 여전히 압도적인 수치를 유지하고 있다. 수도권 집중과 지방 공동화가 교통 인프라에서도 그대로 복사된다. 같은 나라 안에서 어떤 터미널은 인파로 넘치고, 어떤 터미널은 자물쇠를 채운다.
버스 업계의 구조도 한계에 왔다. 농어촌 버스 업체 대부분은 만성 적자다. 유류비와 인건비는 오르는데 승객은 해마다 줄어든다. 지방자치단체가 재정 보조를 하지 않으면 단 한 개 노선도 유지하기 어려운 구조다. 실제로 일부 군(郡) 지역에서는 이미 민간 버스 업체가 손을 놓으면서 지자체가 직접 운행에 나선 사례가 나오고 있다.
이동권이라는 권리: 버스 없는 마을에서 산다는 것
헌법은 거주·이전의 자유를 보장한다. 그러나 스스로 움직일 수단이 없다면 그 자유는 종이 위의 글자에 불과하다. 교통 약자에게 버스 한 대는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니다. 병원, 마트, 관공서로 이어지는 생활 자체다.
교통 전문가들은 「이동권 공공재론」을 들고 나온다. 수익이 나지 않더라도 국가가 최소한의 교통 서비스를 보장해야 한다는 논리다. 일본은 이미 2000년대 중반부터 소규모 커뮤니티 버스와 수요응답형 교통(DRT·Demand Responsive Transit) 체계를 농촌에 도입했고, 스웨덴은 국가 교통 기본권 개념을 법으로 못 박았다. 한국도 수요응답형 버스, 공공형 택시, 마을버스 공영제 등의 실험을 일부 지자체 차원에서 진행 중이지만, 전국 표준 체계는 아직 없다.
해법의 윤곽: 공영제냐, 새로운 모델이냐
버스 공영제는 오래된 해법이다. 전북 일부 지역은 이미 공영버스를 운행하며 적자를 세금으로 메운다. 효과는 있지만 비용이 문제다. 인구가 500명도 안 되는 마을에 하루 몇 번 버스를 돌리려면 연간 수천만 원의 적자를 감수해야 한다. 지방 재정이 빈약한 군 단위에서는 버티기 어렵다.
이 때문에 기술 기반의 대안이 부상하고 있다. 앱으로 수요를 모아 운행 경로를 실시간으로 짜는 수요응답형 교통이 대표적이다. 세종시의 실증 사례에서 일정한 효과가 확인됐고, 경기도 일부 지역도 시범 도입에 나섰다. 다만 스마트폰을 능숙하게 쓰기 어려운 고령 농촌 인구에게 앱 기반 서비스가 실질적 해결책이 될 수 있느냐는 질문은 아직 유효하다.
결국 기술만으로는 부족하다. 국가 차원의 농어촌 이동권 보장 기준을 설정하고, 재원을 중앙정부가 분담하는 구조 없이는 지자체 단독으로 감당할 수 없는 문제다. 버스 정류장에 서 있는 할머니의 하루는, 그 구조가 갖춰지기 전까지 매일 되풀이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