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구의 한 코리빙 하우스. 전용면적 12㎡ 남짓한 방에 침대와 책상을 놓으면 끝이다. 욕실은 복도를 나가 두 칸을 공유한다. 주방은 층마다 하나. 월 임대료는 관리비 포함 95만 원. 입주자 A씨(29)는 「처음엔 커뮤니티가 있다고 해서 기대했는데, 막상 살아보니 고시원에 카페 이름을 붙인 것 같다」고 했다.

코리빙(co-living)은 개인 침실과 공용 공간을 결합한 공유 주거 형태다. 운영사가 가구·가전·인터넷을 기본 제공하고, 입주자는 보증금 부담 없이 단기 계약으로 들어올 수 있다. 집 구하는 데 드는 초기 비용을 낮추고, 고립감을 줄여준다는 게 업계의 판매 논리다. 부동산 서비스 기업 알스퀘어 집계에 따르면, 2026년 1분기 기준 서울 내 코리빙 하우스 공급 규모는 7,377실에 달한다. 2~3년 전과 비교해 가파르게 늘어난 수치다.

비용의 역설 — 저렴하다는 착각

코리빙의 첫 번째 모순은 가격이다. '보증금 없이'라는 문구가 전면에 나오지만, 월 임대료 자체는 결코 싸지 않다. 서울 도심권 코리빙 하우스의 월세는 평균 70만~120만 원 선으로, 같은 면적의 원룸 전세를 월세로 환산한 금액과 비교해도 높은 경우가 많다. 글로벌 상업용 부동산 조사기관 JLL이 2025년 발표한 자료에서도 서울 코리빙의 임대 단가는 아시아 주요 도시 가운데 상위권에 속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문제는 소득 대비 부담이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20대 1인 가구의 월평균 소득 중위값은 200만 원대 초반에 머문다. 여기서 임대료로만 100만 원 가까이 나간다면 식비·교통·통신을 쪼개기 시작한다. 「커뮤니티 서비스」라는 이름으로 청구되는 월정액 부가 비용이 별도로 붙는 경우도 있다. 초기 부담이 없는 대신 매달 꾸준히 새어나가는 구조다. 보증금이 없으니 나가기 쉽다는 논리는, 반대로 운영사도 언제든 임대료를 조정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공유의 이면 — 사생활은 누가 지키나

두 번째 균열은 사생활이다. 코리빙은 구조상 타인과 공간을 나눈다. 공용 주방과 라운지를 쓰는 과정에서 생활 패턴이 고스란히 노출된다. 귀가 시간, 식사 습관, 심지어 방문객 여부까지. 운영사 일부는 앱을 통해 입주자의 출입 시간을 기록하고, 커뮤니티 활동 참여 여부를 관리하기도 한다. 입주자 동의를 받는다는 전제가 있지만, 계약 조건에 동의하지 않으면 입주 자체가 불가능한 구조에서 그 동의가 얼마나 자발적인지는 따져볼 필요가 있다.

보안 문제도 반복적으로 제기된다. 현관과 복도에 CCTV가 설치되지만, 공용 공간에서 발생하는 분실이나 갈등을 운영사가 어디까지 책임지느냐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는 경우가 많다. 입주자 커뮤니티에는 「공용 냉장고 음식이 없어졌다」거나 「새벽에 공용 공간 소음이 심하다」는 하소연이 꾸준히 올라온다. 낯선 이와의 동거를 전제로 설계된 공간인데, 그 갈등을 중재하는 시스템은 여전히 허술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도의 공백 — 코리빙은 법적으로 무엇인가

국내 주택 관련 법령은 코리빙을 명확히 규정하지 않는다. 운영 형태에 따라 일반 임대주택, 고시원, 생활숙박시설 등 서로 다른 법 체계가 적용되며, 이 틈을 이용해 입주자 보호 의무를 회피하는 사례도 보고된다. 표준 임대차 계약서가 아닌 자체 이용 약관으로만 계약이 이루어질 경우, 입주자는 주택임대차보호법의 보호를 받지 못할 수 있다. 보증금이 없으니 전세 사기 걱정은 없지만, 그렇다고 다른 보호막이 생긴 건 아니다.

정책 당국이 공유 주거를 청년 주거 문제의 유력한 해법으로 거론하는 동안, 정작 입주자를 위한 최소한의 안전망은 뒤처져 있다. 임대료 상한 기준도 없고, 퇴거 통보 기간도 운영사마다 제각각이다. 코리빙이 진정한 대안 주거가 되려면 화려한 라운지보다 계약서 한 장의 투명성이 먼저다. 7,000실이 넘는 공간에 살고 있는 청년들이 지금 그 답을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