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가상자산 시장이 금융시장의 한 축으로 확고히 자리 잡았다. 국회입법조사처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상반기 기준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이용자 수는 약 1,000만 명을 넘어섰으며, 일평균 거래 규모는 수조 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국민 5명 중 1명이 참여하는 거대 시장으로 성장했으나, 시장의 기초체력을 뒷받침할 제도적 틀은 여전히 미완성 상태다.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1단계가 이용자 자산 보호와 불공정거래 규제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제는 시장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할 '2단계 입법'으로의 전환이 시급한 시점이다.

1단계의 규제 공백과 2단계의 지향점

지난 1단계 법안은 가상자산 사업자의 예치금 보호 의무와 이상거래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 등 사후적 규제에 치중했다는 한계가 있었다. 가상자산의 발행(ICO)과 유통, 그리고 공시 체계 등 시장의 건전성을 결정짓는 핵심 영역은 법적 규제 영역 밖에 머물러 있었다. 이로 인해 불투명한 상장 과정이나 공시 의무 위반으로 인한 투자자 피해가 지속적으로 발생해 왔다. 전문가들은 2단계 입법이 단순한 '보호'를 넘어 가상자산의 발행부터 상장, 유통에 이르는 전 과정을 제도화하는 '시장 규율 체계' 확립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글로벌 기준과의 정합성 및 실효적 보완책

글로벌 주요국들은 이미 가상자산 시장의 제도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유럽연합(EU)의 가상자산법(MiCA)은 발행인의 자격 요건과 백서 발행 의무를 명문화하여 시장의 투명성을 높였다. 한국의 2단계 입법 역시 이러한 글로벌 표준과의 정합성을 확보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특히 가상자산 발행 주체에 대한 공시 의무를 법제화하고, 불투명한 유통량 조절 행위를 엄격히 차단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아울러 스테이블코인과 같이 결제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는 자산에 대한 별도의 건전성 규제도 검토가 필요한 대목이다.

또한, 이해상충 방지 조항의 구체화가 요구된다. 가상자산 발행사와 거래소 간의 유착 관계를 차단하고, 거래소가 자체 발행한 자산을 상장하는 행위 등을 원천적으로 금지하는 제도적 장치가 보완되어야 한다. 이는 시장의 투명성을 극대화하고 투자자의 신뢰를 회복하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규제와 혁신의 균형을 통한 생태계 조성

가상자산 2단계 입법이 성공적으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규제의 칼날'과 '산업 육성' 사이의 정교한 균형 감각이 필요하다. 지나치게 엄격한 규제는 국내 블록체인 및 웹3.0 기술 기업들의 해외 유출을 부추기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반면, 느슨한 규제는 시장의 불안정성을 키워 투자자 이탈을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단계적이고 유연한 규제 샌드박스 적용이나 자율규제 기구의 권한 강화 등 민관 협력 모델을 구축하는 방안이 대안으로 제시된다.

결국 가상자산 2단계 입법은 단순히 시장을 통제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다. 이는 1,000만 명에 달하는 이용자를 보호하는 동시에, 가상자산 시장을 건전한 제도권 금융 생태계로 편입시키는 이정표가 되어야 한다. 규제 공백을 메우는 실질적인 보완책이 마련될 때, 비로소 한국 가상자산 시장은 양적 성장을 넘어 질적 도약을 이뤄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