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경제의 가장 취약한 고리인 가계부채가 1900조 원 돌파를 눈앞에 두며 엄중한 경고음을 울리고 있다. 글로벌 통화정책의 전환과 함께 국내 기준금리 인하 기조가 본격화되면서, 그동안 억눌렸던 부동산 시장의 매수 심리와 가계대출 수요가 동시에 들썩이는 모양새다. 가계부채의 누증은 단순히 개인의 채무 문제를 넘어 국가 신인도와 거시경제 전반의 안정성을 흔들 수 있는 시한폭탄이다. 금융당국이 그 어느 때보다 정교하고 강력한 대출 규제 관리에 나서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첫째, 기준금리 인하가 가계부채 팽창의 기폭제가 되어서는 안 된다. 내수 활성화를 위한 금리 인하의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이것이 부동산 시장으로의 자금 쏠림과 가계대출 폭증으로 이어진다면 득보다 실이 훨씬 클 수밖에 없다. 완화적 통화정책이 자산 가격 거품을 키우고 부채를 늘리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기 위해서는, 통화정책과 유기적으로 맞물리는 미시적 금융 규제의 적절한 배치가 필수적이다.

둘째, 가계부채 관리의 핵심 보루인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의 엄격한 적용이 흔들림 없이 유지되어야 한다. '소득 범위 내에서 빌리고 처음부터 나누어 갚는다'는 대원칙은 가계부채의 연착륙을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다. 예외 조항을 남발하거나 규제 적용을 유예하는 등의 미온적인 태도는 시장에 잘못된 시그널을 주어 대출 수요를 자극할 뿐이다. 전 금융권을 아우르는 촘촘하고 일관된 DSR 관리가 요구된다.

셋째, 최근 정부가 내놓은 선제적 총량 규제 방안의 실효성을 극대화해야 한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가계부채 관리방안을 통해 올해 전 금융권의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치를 전년의 1.7%보다 강화된 1.5% 이내로 설정했다. 이는 가계부채 증가 속도를 경상성장률 이내로 통제하겠다는 당국의 강력한 의지로 풀이되며 매우 시의적절한 조치다. 이제 중요한 것은 현장에서 이 목표치가 편법 없이 엄격하게 준수되도록 상시 모니터링 체계를 가동하는 일이다.

가계부채 문제는 단기적인 경기 부양이나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흔들려서는 안 되는 국가적 과제다. 금융당국은 규제의 일관성을 유지함으로써 시장의 신뢰를 확보하고, 가계 역시 금리 인하에 기대어 무리하게 빚을 내 자산에 투자하는 행태를 지양해야 한다. 지금의 경고음을 무시한다면 우리 경제는 더 큰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다. 당국은 정교한 DSR 규제와 철저한 총량 관리를 통해 경제 체질을 개선하고 금융 안정을 도모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