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방산업체들의 주가가 지난해 지정학적 불안 고조에 따른 국방비 지출 증가로 큰 폭의 상승세를 보였으나, 올해 들어서는 다소 주춤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유럽 증시의 Stoxx Europe Aerospace & Defence 지수는 연초 대비 1.2% 하락하며, 전반적인 Stoxx 600 지수의 4.8% 상승률에 미치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2026년을 기점으로 방산 섹터가 조정기를 거칠 것으로 전망하며, 투자자들의 관심이 개별 기업의 실적과 펀더멘털로 옮겨갈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모닝스타(Morningstar)의 로레다나 무하레미(Loredana Muharremi) 애널리스트는 “투자자들이 매우 까다롭고 선택적으로 변하고 있다”며, “현재 투자자들은 기업의 수익과 현금 흐름을 보고 싶어 하며, 정부 주문, 계약금 지급, 실제 인도 등이 이루어지는 하반기에 긍정적인 흐름이 나타날 수 있겠지만, 주가가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진단했다. 실제로 지난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이후 중동 지역의 전면전 확산 우려로 방산주가 일시적으로 상승했지만, 이후 상승세는 둔화되었다. 3월 이후 출시된 유럽 방산 관련 ETF(상장지수펀드)들도 전쟁 이전 수준을 하회하고 있다.
봄철 이후 발표된 기대 이하의 1분기 실적 보고서들은 투자 심리를 더욱 위축시켰다. 특히 독일의 대표적인 방산업체 라인메탈(Rheinmetall)이 실적 추정치를 하회하면서, 높은 밸류에이션(기업 가치 평가) 속에서 추가 상승 여력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었다. 라인메탈은 지난 3년간 400%, 지난해에만 150%의 주가 상승률을 기록하며 이미 상당한 성장 기대감이 주가에 반영된 상태다. 퀼터 체비엇(Quilter Cheviot)의 매튜 도셋(Matthew Dorset) 애널리스트는 “매우 높은 배수(multiple)로 거래되고 이미 높은 성장이 주가에 반영된 상황에서, 라인메탈의 적정 가치를 평가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전쟁의 역동적인 특성과 변화하는 장비 수요에 기업들이 얼마나 잘 적응할 수 있을지가 향후 산업의 발목을 잡을 수 있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교훈은 드론과 드론 방어, 매우 정적인 전쟁이라는 점이며, 이것이 과연 육상 차량, 탱크, 포병의 대규모 수요로 이어질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한편, 긍정적인 소식도 있다. 최근 우크라이나 의회가 유럽연합(EU)과의 900억 유로(약 1046억 달러) 규모의 대출 계약을 비준하면서 유럽 방산주가 소폭 반등했다. 로이터 통신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Volodymyr Zelenskyy)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울프 크리스테르손(Ulf Kristersson) 스웨덴 총리가 스웨덴의 그리펜(Gripen) 전투기 공급에 관한 합의를 공동 발표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지난해 10월 양국은 스웨덴이 최대 150대의 사브(Saab) 그리펜 전투기를 우크라이나에 판매할 수 있는 의향서를 체결한 바 있다. 이 소식에 스웨덴의 사브 주가는 7.4% 급등했으며, 독일의 렌크(Renk)는 5.4%, 프랑스의 엑세일 테크놀로지스(Exail Technologies)와 독일의 라인메탈도 각각 13.2%, 4.2% 상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