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국적 대형 유조선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데 척당 최대 200만 달러(약 30억 원)에 달하는 막대한 통항보험료를 부담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해협 내 지정학적 리스크 증가로 인해 새로 발생한 특수 보험료이며, 구체적인 청구액이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해운업계에 따르면 HMM의 초대형 원유 운반선(VLCC) 유니버설 위너호는 지난 2월 20일 이란 당국의 허가를 받아 해협을 무사히 통과하며 약 200만 달러의 통항보험료를 지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지난 2월 말 미국-이란 무력 충돌로 해협이 봉쇄된 지 약 80여 일 만에 이뤄진 한국 선박의 첫 통과 사례이다. 현재 호르무즈 해협 안에는 나포 우려로 인해 한국 국적선 25척이 여전히 대기 중이며, 이들의 통과 시 수백억 원 규모의 보험료 부담이 예상된다.

통항보험료는 선박 가치의 3~5% 수준으로 평시 요율에 비해 수십 배 폭등한 것으로 파악됐다. 유니버설 위너호에 청구된 200만 달러는 HMM의 협상력과 정부의 외교적 보증을 통해 그나마 낮춰진 결과로 전해졌다. 이러한 막대한 보험료는 향후 중동 원유 수송 재개 시 원유 도입 단가를 높여 국내 물가 상승을 자극할 우려가 크다.

정부는 긴급 지원책으로 금융위원회를 통해 지난 2월 21일 국내 손해보험사 10곳이 공동으로 약 3000억 원 규모의 통항 전쟁보험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지원은 대기 중인 25척 중 중소·중견 선사 소속 10척에 한정되며, 정부가 보험료를 직접 대납하는 대신 저렴하게 가입할 수 있도록 돕는 우회 지원 구조여서 선사들의 비용 부담을 완전히 해소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해소되기 전까지 글로벌 재보험사들이 즉각 요율을 낮출 가능성은 크지 않다며, 국가 기간 산업 보호를 위한 정부의 추가적인 직접 지원 방안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