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덜 해도 더 잘 살 수 있다면, 반대할 이유가 있을까. 주 4일제를 둘러싼 논쟁은 언제나 이 단순한 질문을 비껴간다. 대신 우리는 「아직은 이르다」는 말을 반복한다. 그런데 '아직'은 언제가 되어야 끝나는 걸까.
경영계의 우려는 수치로 드러난다. 대구상공회의소가 2025년 지역 기업 444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 업체의 67.9%가 주 4일제 도입에 반대했다. 인건비 부담과 생산성 저하가 핵심 이유였다. 중소기업 비중이 높은 한국 산업 구조에서 이 숫자는 무겁다. 주 5일제가 전면 시행되기까지 10년 넘게 걸렸다는 사실도 떠오른다.
하지만 반대 논리를 뒤집어 보면 다른 그림이 나온다.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가정 자체가 검증되지 않았다. 아이슬란드와 영국 등에서 진행된 주 4일제 시범 운영 결과, 생산성은 유지되거나 오히려 높아졌다는 보고가 잇따랐다. 긴 시간을 책상 앞에 앉아 있는 것이 곧 생산성이라는 등식, 이제는 흔들릴 때가 됐다.
노동계가 주 4일제를 요구하는 배경에는 단순히 '쉬고 싶다'는 욕구만 있지 않다. 한국의 연간 노동시간은 OECD 평균을 크게 웃돈다. 과로로 인한 건강 악화, 돌봄 공백, 낮은 출산율까지 이어지는 연결 고리를 끊으려는 시도가 주 4일제 논의에 담겨 있다. 일하는 방식의 문제가 곧 사회 구조의 문제다.
그렇다고 당장 전면 도입이 답이라는 말은 아니다. 업종별 편차가 크고, 제조·의료·서비스업처럼 교대 근무가 불가피한 현장에서의 적용은 단순하지 않다. 임금 삭감 없는 노동시간 단축이라는 원칙도 비용을 누가 어떻게 부담할지 따져봐야 현실이 된다. 시범 사업을 통한 단계적 접근, 업종별 맞춤 설계가 필요한 이유다.
결국 주 4일제 논의에서 정작 빠진 것은 「왜 일하는가」라는 질문이다. 경제 성장을 위해 삶을 희생하는 구조가 지속 가능한지, 지금 세대는 조용히 의문을 품고 있다. 「시기상조」라는 말은 때로 변화를 피하기 위한 가장 세련된 방어막이 된다. 타이밍의 문제가 아니라 의지의 문제일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