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안보 현안을 논의하는 제23회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가 29일(현지시간) 싱가포르에서 막을 올렸다. 40여 개국에서 550여 명의 대표단이 참가한 이번 회의는 31일까지 이어지며, 국제법 약화, 경제 성장 둔화, 기후 변화 등 전 지구적 위협과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보 질서 재편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예상된다.

베트남 주석, 국제 규범 강화 및 포용적 성장 촉구

개막 기조연설에 나선 또 럼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 겸 국가주석은 국제법 및 규범 약화, 성장 둔화, 기후 변화 등 복합적인 위기에 직면한 현 세계 질서를 진단했다. 그는 이러한 위기가 불가피한 현실이 아님을 강조하며, 국제법 강화, 지속 가능한 성장 동력 확보, 대화와 투명성 증진을 통해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회의 기간 중에는 특히 중국의 군사력 강화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영향력 확대 속에서 미국의 안보 공약 및 전략 변화가 주요 의제로 다뤄질 전망이다.

미 국방장관 연설 주목, 오커스 협력 강화도 발표 예정

둘째 날인 30일 예정된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의 연설에 국제사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헤그세스 장관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미국의 핵심 이익 수호를 위한 미래지향적 접근을 강조할 것으로 알려졌으며, 지난해 중국의 군사적 행동을 강하게 비판했던 것과 비교해 올해 발언 수위 조절 여부가 주목된다. 또한, 헤그세스 장관은 존 힐리 영국 국방부 장관, 리처드 말스 호주 부총리와 함께 오커스(AUKUS) 안보 동맹 차원의 무인잠수정(UUV) 분야 협력 강화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한국의 안규백 국방부 장관 역시 '역내 안보도전과 대한민국의 전략적 대응'을 주제로 연설하며, 양자 회담을 통해 협력 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다.

중국 국방부장 불참, 미중 국방 수장 대화 무산

전통적으로 샹그릴라 대화의 주요 의제였던 미중 국방 수장 간의 회담은 이번에 둥쥔 중국 국방부장의 불참으로 성사되지 않았다. 중국은 멍샹칭 인민해방군 국방대학 교수가 이끄는 대표단을 파견했으나, 이는 지난해 참여했던 인사에 비해 격이 낮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호주의 말스 장관은 중국과의 소통 기회 상실을 아쉬워하며, 중국의 군사력 증강에 대한 전략적 안심 조치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란 전쟁 장기화 속에서 에너지 공급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중동 국가들의 참여 또한 이번 회의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