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한국 영화가 국내 극장 시장 점유율 70%를 돌파했다. 숫자만 보면 쾌거다. 그런데 같은 해 전체 매출액은 4,191억 원, 관객 수는 4,358만 명으로 전년 대비 각각 39% 넘게 쪼그라들었다. 파이 자체가 줄었는데 한국 영화가 그 안에서 더 큰 몫을 가져간 셈이다. 강해진 게 아니라, 외국 영화가 먼저 빠진 것에 가깝다. 이 역설이, 지금 한국 영화 산업이 처한 현실을 정확하게 보여준다.

국내 시장이 수축하는 동안 업계의 시선은 해외로 쏠렸다. 넷플릭스·디즈니플러스·애플TV+ 등 글로벌 OTT 플랫폼이 한국 콘텐츠를 적극 편성하면서 새로운 탈출구처럼 보인다. 실제로 OTT를 타고 해외 시청자와 만난 한국 영화와 시리즈물의 수는 꾸준히 늘고 있다. 그러나 '플랫폼에 올라갔다'는 것과 '해외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했다'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다.

OTT라는 고속도로, 그러나 톨게이트는 여럿이다

글로벌 OTT는 분명 한국 콘텐츠의 해외 진입 문턱을 낮췄다. 과거라면 현지 배급사를 설득하고, 극장 상영 계약을 따내고, 마케팅 비용을 별도로 쏟아부어야 했다. 지금은 플랫폼 한 곳과 계약하면 190개국에 동시 공개된다. 속도와 범위 모두 혁명적이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OTT 알고리즘은 냉정하다. 초기 48~72시간 안에 시청률이 폭발하지 않으면 추천 목록에서 밀려난다. 현지 언어 더빙·자막의 완성도, 포스터와 썸네일 디자인, 현지화된 제목 번역까지 모두 첫인상을 결정짓는 변수다. 한국 제작사 상당수는 이 「라스트마일」 작업에서 여전히 취약하다는 게 업계의 솔직한 진단이다. 플랫폼에 올리는 것까지는 잘하는데, 현지 관객의 손에 쥐어주는 마케팅 역량은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와 비교하면 아직 격차가 크다.

언어 장벽도 단순히 자막 문제가 아니다. 한국 영화 특유의 정서, 이를테면 가족 간 위계, 집단주의적 갈등 구조, 한(恨)의 정서 같은 것들은 번역으로 완전히 전달되지 않는다. 「기생충」과 「오징어 게임」이 이 장벽을 넘은 것은 보편적 계급 갈등이라는 공통 언어를 찾아냈기 때문이다. 모든 작품이 그 공식을 반복할 수는 없다.

경쟁자는 넷플릭스가 아니라 각국의 '로컬 콘텐츠'다

글로벌 OTT 시장에서 한국 영화가 싸워야 할 진짜 상대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만이 아니다. 인도 볼리우드, 터키 드라마, 스페인어권 스릴러, 태국 로맨스물이 각자의 팬덤을 형성하며 OTT 안에서 공간을 나눠 차지하고 있다. 플랫폼 입장에서도 특정 국가 콘텐츠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것은 리스크다. 넷플릭스가 최근 인도·중동·동남아 오리지널 투자를 늘리는 것은 이 다변화 전략의 일환으로 분석된다.

한국 영화 산업이 단순히 「좋은 작품을 만들면 된다」는 생각에 머물 수 없는 이유가 여기 있다. 콘텐츠 품질은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이 아니다. 현지 파트너십, 공동 제작 구조, 배우·감독의 글로벌 브랜드 자산, 포스트 프로덕션의 현지화 역량, 이 모든 것이 맞물려야 한다. 일부 대형 제작사는 이미 이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지만, 중소 제작사에겐 자본과 네트워크 모두 벅찬 과제다.

수축하는 내수, 좁아지는 실험의 여지

가장 우려스러운 대목은 내수 시장의 위축이 창작 생태계 자체를 흔들고 있다는 점이다. 관객 수 4,358만 명은 코로나 이전 수준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극장 수익이 줄면 제작비 회수가 어렵고, 투자가 위축되고, 실험적 작품보다 검증된 IP나 속편에 자본이 몰린다. 창작의 다양성이 줄어드는 악순환이다. 해외 진출을 논하기 전에, 진출할 작품이 만들어지는 토양이 흔들리고 있다는 뜻이다.

국내 점유율 70%라는 숫자가 한국 영화의 저력을 보여주는 건 맞다. 그러나 그 저력이 쪼그라드는 내수라는 좁은 판 위에서만 발휘되고 있다면, 글로벌 무대에서의 도전은 더 절박하고 동시에 더 험난하다. OTT는 문을 열어줬다. 문 너머를 누가 어떻게 공략하느냐, 그 전략이 지금 한국 영화 산업의 다음 10년을 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