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가 저질이라서 언론이 황색으로 변하는 것일까, 아니면 언론이 황색이라서 정치가 저질이 되는 것일까. 선거철마다 반복되는 정치 혐오의 악순환 속에서 우리는 흔히 정치권을 먼저 손가락질한다. 하지만 냉정하게 질문을 던져보자. 진흙탕 싸움의 판을 깔고, 확성기를 대고, 관중을 모은 진짜 주동자는 누구인가. 양당의 자극적인 폭로전과 네거티브 공방을 실시간으로 중계하며 조회수 경쟁에 열을 올렸던 우리 언론의 자화상이다.
실제 수치는 우리의 부끄러운 민낯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지난 제20대 대선 기간(2022년 1월 17일~2월 13일) 주요 포털 사이트의 랭킹뉴스 상위 대선 기사 1,934건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후보들의 공약이나 정책을 다룬 기사는 단 7.75%에 불과했다. 유권자가 대통령 후보를 검증할 최소한의 정보조차 10% 미만으로 가둬둔 채, 나머지 90% 이상의 지면을 자극적인 비방과 뒷조사, 말꼬리 잡기 식의 공방으로 채운 셈이다. 이는 단순한 보도 비중의 불균형을 넘어 언론의 기능 상실을 의미한다.
이러한 현상의 배경에는 이른바 '따옴표 저널리즘'과 디지털 미디어 환경의 왜곡된 수익 구조가 자리 잡고 있다. 복잡한 연금 개혁이나 부동산 정책을 깊이 있게 분석하는 기사는 작성하는 데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지만 대중의 이목을 끌기 어렵다. 반면, 상대 후보를 향한 원색적인 비난이 담긴 한마디는 즉각적인 클릭과 폭발적인 트래픽을 보장한다. 언론이 정책 비교라는 본연의 책무를 방기하고, 정치적 갈등을 중계하는 스포츠 캐스터의 역할에 안주해 온 이유다.
문제는 이러한 '네거티브 중계 경쟁'이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든다는 점이다. 정책이 사라진 선거판에서 유권자는 합리적인 선택의 기준을 잃어버린다. 미디어가 쏟아내는 자극적인 폭로에 노출된 대중은 결국 정치에 대한 극단적인 혐오와 무관심에 빠지게 된다. "누가 더 나은가"를 고민해야 할 선거가 "누가 더 덜 나쁜가"를 가리는 진흙탕 싸움으로 전락하는 순간,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의 몫으로 돌아온다.
이제 언론은 '중계방송'을 멈추고 '심판과 해설'의 자리로 돌아가야 한다. 정치권의 네거티브 공방을 기계적으로 받아쓰는 관행에서 벗어나, 그것이 유권자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집요하게 묻고 따져야 한다. 무엇을 보도할 것인가만큼이나 무엇을 보도하지 않을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이 언론의 진정한 용기다. 정책 보도 7.75%라는 부끄러운 숫자를 극복하지 못한다면, 언론 역시 민주주의를 후퇴시킨 공범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