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의 훈풍을 타고 사상 처음으로 시가총액 2000조원을 돌파하며 27년간 지켜온 국내 증시 시가총액 1위 자리를 다시 한번 굳건히 했다. 최근 SK하이닉스가 맹추격하며 시가총액 격차를 빠르게 좁혔으나, 삼성전자가 9% 이상 급등하며 다시 앞서 나가는 모습이다.
AI 반도체 열풍 속 시총 2000조 고지 점령
1일 증권가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날 오전 장중 9%대 급등세를 기록하며 시가총액 2000조원을 처음으로 넘어섰다. 이는 국내 상장사 중 단일 종목 시가총액으로는 사상 최초의 기록이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시장의 관심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간의 시가총액 역전 가능성에 집중되었다.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 주도권을 앞세운 SK하이닉스가 연일 신고가를 경신하며 삼성전자와의 격차를 약 190조원 수준까지 좁혔기 때문이다.
27년 왕좌 수성…AI 시대 경쟁 구도 변화
삼성전자는 1999년 한국전력을 제치고 국내 증시 시가총액 1위에 오른 이후 약 27년간 단 한 번도 1위 자리를 내주지 않으며 국내 증시 역사상 최장수 시총 1위 기업의 위상을 지켜왔다. 하지만 AI 시대의 도래와 함께 SK하이닉스가 엔비디아 공급망의 핵심 기업으로 부상하며 주가가 폭발적으로 상승했고, 반면 삼성전자는 상대적으로 AI 수혜가 제한적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실제로 올해 들어 지난 29일까지 삼성전자 주가는 164.39% 상승한 반면 SK하이닉스는 258.37% 뛰어오르며 훨씬 가파른 상승률을 기록, 시가총액 격차 축소로 이어졌다.
증권가, 상징성 주목…실적 전망은 삼성전자 우위
이날 삼성전자의 급등세로 시가총액 2000조원 돌파하며 격차는 다시 벌어졌다. SK하이닉스 시가총액은 이날 오전 기준 1700조원을 웃돌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양사의 시총 경쟁 자체보다 그 상징성에 주목하고 있다. 다만, 하나증권은 보고서를 통해 SK하이닉스 시가총액이 삼성전자를 추월하는 순간이 오히려 강세장 종료 신호가 될 수 있다고 분석하며 2000년 닷컴 버블 당시 사례를 근거로 들었다. 하지만 현재 상황을 과열 국면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평가도 나온다. 실적 전망치 면에서는 여전히 삼성전자가 SK하이닉스를 앞서고 있기 때문이다. 이재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올해 예상 순이익은 삼성전자가 280조원, SK하이닉스가 208조원 수준으로 추정되며, 내년에도 삼성전자의 순이익 규모가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