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기술의 급속한 발전이 고등학생들의 대학 전공 선택 기준에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과거 성적, 적성, 취업률이 주요 고려 사항이었다면, 이제는 'AI 시대에도 살아남을 수 있는 전공인가'라는 질문이 최우선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이는 AI가 코딩, 번역 등 다양한 직무를 대체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 비롯된 현상으로 풀이된다.

AI, 전공 선택의 핵심 변수로 부상

최근 진학사가 고교생 105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6.1%가 AI의 등장이 전공·진로 고민에 영향을 미쳤다고 답했다. 학생들이 특정 전공을 선택하는 이유로 'AI가 대체하기 어려울 것 같아서'가 12.4%, 'AI를 다루거나 활용하는 분야라서'가 8.6%를 차지하며 '적성과 흥미(39.3%)', '취업·연봉 전망(27.3%)'에 이어 상위권을 기록했다. 반대로, 'AI가 업무를 대체할 가능성이 높아서'라는 이유로 특정 전공을 피하고 싶다는 응답은 51.5%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안정성' 중시… 반도체, 의치한약수 주목, 인문계열 기피 현상 심화

학생들이 가장 가고 싶은 전공으로는 의대·치대·한의대·약대·수의대 등 '의치한약수'(18.8%)가 1위를 차지했으며, 반도체(13.6%), 컴퓨터·소프트웨어·AI(9.2%)가 그 뒤를 이었다. 하지만 'AI 시대에도 안정적이라고 생각하는 전공'을 묻는 질문에는 반도체가 30.7%로 '의치한약수'(25.3%)를 제치고 1위에 올랐다. 이는 AI 기술의 기반이 되는 반도체 산업이 격변기에도 안정적인 분야라는 실용적 판단이 반영된 결과다. 반면, AI 대체 가능성이 높은 어문계열(14.6%)과 회계·세무·금융 계열(12.9%)은 학생들이 가장 피하고 싶은 전공으로 꼽혔다.

'컴퓨터·AI 전공'의 역설… 기대와 불안 공존

흥미로운 점은 컴퓨터·소프트웨어·AI 관련 학과가 선호 전공 3위와 기피 전공 3위를 동시에 차지했다는 것이다. 이는 AI 기술을 직접 다루는 유망 분야라는 기대감과 함께, AI 자체의 발전으로 인해 해당 분야의 시장이 포화하거나 하위 직군이 도태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공존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는 이러한 현상이 최근 채용 시장의 개발자 수요 변화와 생성형 AI 확산에 따른 직무 불안정성에 대한 고등학생들의 인식이 반영된 결과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