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세에 힘입어 고대역폭 메모리(HBM)의 공급 부족 현상이 심화되면서, 내년 HBM 계약 가격이 현재보다 수 배가량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주요 HBM 공급업체들은 이러한 시장 상황을 바탕으로 가격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HBM의 수익성이 범용 D램보다 낮아진 상황에서, AI 수요는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어 HBM 가격 인상 압력이 커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올해 1분기 기준 HBM의 웨이퍼당 매출이 DDR5 64GB RDIMM을 추월당하며 수익성 면에서 뒤처졌다는 점은 공급업체들이 생산량 조절을 통해 가격 협상력을 높일 수 있는 근거가 되고 있다. 트렌드포스는 3대 HBM 공급업체가 채택한 연간 가격 결정 방식이 최근 시장 가격 상승분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수요자와 공급자 간의 협상 시점이 2027년 공급 계약인 HBM4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AI 인프라 구축 확대와 AI 칩 성능 고도화는 HBM 수요를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올해 AI 주문형 반도체(ASIC)의 성능 향상으로 HBM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며, AI 칩당 HBM 탑재 용량 역시 기존 96GB·192GB에서 216GB·288GB로 확대될 전망이다. 내년에는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플랫폼 '루빈 울트라' 출시와 구글 TPU 등 AI ASIC 출하량 증가가 HBM 수요를 더욱 견인할 것으로 보인다. 트렌드포스는 HBM 세대 진화에 따른 다이 크기 증가와 수요 동시 확대가 범용 D램 생산 능력을 잠식하는 '크라우드 아웃' 효과를 심화시켜, 공급업체들의 HBM 가격 인상 요구에 강력한 근거를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HBM 가격이 충분히 오르지 않을 경우, 메모리 업체들은 수익성이 더 높은 범용 D램 생산을 늘리는 방향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있다. 이는 HBM 생산 확대 속도를 둔화시키거나 공급 증가에 제약을 초래할 수 있다. 그러나 AI 시장의 지속적인 성장과 기술 발전이 HBM 수요를 꾸준히 견인하면서, 공급업체들의 가격 협상력은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내년 HBM 계약 가격은 올해 대비 몇 배 수준으로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