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의 꽃이라 불리는 선거가 인공지능(AI) 기술의 그림자에 신음하고 있다. 오는 2026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가짜뉴스와 딥페이크(Deepfake) 영상이 유권자의 눈과 귀를 가리는 심각한 교란 요인으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기술의 발전이 민주적 의사결정을 왜곡하는 도구로 전락하기 전에, 선거관리위원회를 비롯한 당국의 강력하고 선제적인 단속이 시급하다.

실제로 선거 현장에서 감지되는 위기 징후는 매우 구체적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지방선거를 앞둔 지난 5월 27일 기준 딥페이크를 활용한 선거운동 위반 게시물 삭제 요청 건수는 이미 1만 319건에 달했다. 이는 AI를 악용한 여론 조작 시도가 일부의 일탈을 넘어 조직적이고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정교한 조작 영상은 유권자가 진위를 판별하기 어려워 선거의 공정성을 근본적으로 훼손한다.

우리가 이번 사태를 극도로 우려하는 첫 번째 이유는 AI 딥페이크가 가진 전파 속도의 치명성이다. 과거의 흑색선전은 구전에 그쳐 사후 해명이 가능했다. 반면 딥페이크는 실제 후보자의 목소리와 표정을 모사해 SNS를 통해 순식간에 확산된다. 단 몇 시간 만에 유포된 거짓 정보는 사후에 허위로 밝혀지더라도 이미 왜곡된 유권자의 인식을 되돌리기엔 역부족이다.

둘째, 이는 사회적 신뢰 자본을 붕괴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 가짜뉴스가 판치는 선거 환경에서는 유권자들이 진짜 정보조차 의심하게 된다. 후보자의 정당한 정책 발표마저 조작으로 치부되는 불신이 만연해지면, 선거 결과에 대한 불복과 극단적인 진영 갈등으로 이어져 민주주의 시스템 자체가 마비될 위험이 크다.

셋째, 현재의 단속 체계만으로는 기술의 진화 속도를 따라잡기 어렵다. 선관위가 삭제 요청을 진행하고 있으나, 해외 플랫폼이나 암호화 메신저를 통한 유포는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플랫폼 기업의 자율 규제에만 기댈 것이 아니라, 수사기관과의 실시간 공조를 통해 최초 유포자를 추적하고 가중 처벌하는 등 법적 실효성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

AI 기술은 풍요를 주었지만, 통제되지 않으면 민주주의를 갉아먹는 독이 된다. 선관위는 단 한 건의 조작물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단속 인력을 확충하고 모니터링 체계를 고도화해야 한다. 정치권 역시 정파적 이해를 떠나 제도 정비에 협력해야 할 것이다. 유권자의 신성한 표심이 기계의 거짓에 휘둘리는 비극은 결코 용납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