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기술주 열풍에 힘입어 대만과 한국 증시가 최근 일주일 새 인도 증시를 앞지르며 아시아 시장 순위가 급변하고 있다. 특히 대만은 세계 5위, 한국은 6위 증시로 올라서며 인도 시장의 위상을 위협하고 있다. 이는 AI 반도체 기업들의 가파른 성장과 더불어 인도 경제의 소비 둔화, 중동 분쟁으로 인한 투자 심리 위축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AI 테마, 인도의 소비 주도 성장 동력 잠식

전문가들은 2026년까지 AI 관련 기업들이 천문학적인 가치를 인정받을 것으로 전망하며, TSMC,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 같은 기업들이 수조 달러 규모의 시가총액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대국임에도 불구하고 인도에는 이렇다 할 대규모 AI 관련 기업이 부재한 상황이다. 이와 대조적으로 인도의 전통적인 강점이었던 내수 소비 시장이 고물가, 통화 약세, 양질의 일자리 창출 둔화 등으로 인해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러한 소비 위축과 중동 분쟁으로 인한 원가 상승 압력은 2027년 3월 마감되는 회계연도에 기업 실적 둔화로 이어질 수 있으며, 외국인 투자자들의 인도 시장 이탈을 더욱 부추길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인도예탁결제원(NSDL) 데이터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올해 1월 이후 인도 주식에서 276억 달러를 순매도하며 지난해 전체 순매도 규모(189억 달러)를 넘어섰다.

대만·한국 증시, AI 훈풍 타고 질주…인도 증시 '적자' 전환

이러한 상황 속에서 대만과 한국 증시는 뚜렷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5월 26일 대만 증시 시가총액은 약 5조 달러에 달하며 인도 증시를 제치고 세계 5위 증시로 등극했다. 불과 일주일 후 한국 증시 역시 인도 증시를 추월하며 6위 자리를 차지했다. 불과 18개월 전만 해도 인도의 증시 시가총액은 한국의 3.5배, 대만의 2배 이상에 달했으나, 상황이 역전된 것이다. 니틴 제인(Nitin Jain) 코탁 마힌드라 자산운용 싱가포르 최고경영자(CEO)는 "인도가 과거 10년간 최고의 시장으로 꼽혔지만, 이제는 아무도 생각하고 싶지 않은 이야기가 됐다"며 AI 테마의 강력한 영향력을 강조했다. 그는 AI 분야 기업들의 실적이 계속 상향 조정된다면 투자자들이 다른 시장으로 이동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연초 대비 한국의 코스피 200 지수는 130% 이상, 대만의 FTSE TWSE 50 지수는 60% 이상 상승하며 아시아 증시를 압도했다. 반면, LSEG 데이터에 따르면 인도의 주요 주가 지수는 유일하게 마이너스 수익률(-10% 이상)을 기록하며 부진한 성적을 보였다.

AI 생태계 부재, 고평가 논란…인도 증시의 장기 전망은?

베른슈타인(Bernstein)의 베누고팔 가레(Venugopal Garre) 인도 리서치 총괄은 인도가 AI 분야에서 기회를 놓쳤다고 지적했다. 그는 인도에 반도체 제조 생태계가 부족하며, IT 기업들 역시 위험 부담이 크고 자본 집약적인 신규 분야보다는 기존의 서비스 및 노동력 차익에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AI 분야 부재가 외국인 투자자들의 이탈 원인의 전부는 아니라고 말한다. 스리다르 시바람(Sridhar Sivaram) 에넘 시큐리티즈 투자 이사는 "브라질은 AI 관련 사업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시장이 잘 되고 있다"며, 인도의 높은 밸류에이션과 상대적으로 낮은 이익 성장률을 문제로 지적했다. 현재 인도 주식은 선행 주가수익비율(PER) 기준 21배에서 거래되고 있으며, 이는 대만과 비슷한 수준이지만 한국(9배)에 비하면 높은 편이다. 또한, 글로벌 투자은행 노무라(Nomura)는 중동 분쟁의 영향을 고려해 2027년 3월까지의 인도 상장사 256곳의 실적 전망치를 4% 하향 조정했다. MSCI 지수에서 인도의 비중 역시 2024년 최고점(20%) 대비 약 11%로 축소되며 인기가 하락했음을 보여준다. 애널리스트들은 자동화 및 로봇 기술 발전으로 인도의 저비용 노동력 경쟁력이 약화되고, AI의 급속한 발전이 인도 IT 산업의 장기 전망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요인들이 지정학적 긴장 완화 시점에도 외국인 투자자들의 열기를 제한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