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에 질문 하나를 던질 때마다 소비되는 전력은 일반 구글 검색의 약 10배에 달한다. 단순한 비교처럼 보이지만, 이 격차를 하루 수억 건의 AI 쿼리에 곱하면 숫자의 무게가 달라진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26년까지 전 세계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량이 현재의 두 배 이상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 AI 붐이 본격화되기 전인 2022년, 데이터센터는 전 세계 전력의 약 1~1.5%를 소비했다. 그 비중이 빠르게 3~4%를 향해 오르고 있다.

왜 AI는 이토록 배가 고픈가

일반 소프트웨어와 달리 대규모 언어 모델(LLM)은 추론 단계에서도 막대한 연산을 요구한다. 훈련(Training)뿐 아니라 매번의 응답 생성(Inference)이 GPU 수백 장을 풀가동시킨다. 모델이 정교해질수록, 사용자가 늘어날수록 전력 수요는 선형이 아닌 지수적으로 증가한다. 여기에 냉각 설비까지 더하면 실제 IT 장비 소비 전력의 1.5배 안팎이 추가로 빠져나간다. 데이터센터 한 곳이 소형 도시 하나와 맞먹는 전력을 쓰는 것은 이제 예외가 아니라 일반적인 현실이다.

빅테크 기업들은 이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전통 발전원으로 손을 뻗기 시작했다. 일부 대형 기술 기업은 탄소 배출이 상당한 천연가스 발전소와 전력 공급 파트너십을 추진하거나, 수십 년 전 폐쇄됐던 원자력 발전소의 재가동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전력을 확보하고 있다. 탄소 중립을 선언한 기업들이 수백 메가와트(MW)급 화석연료 발전 인프라와 계약을 맺는 구도는, 자체 공표한 ESG 목표와 정면으로 충돌한다는 비판을 낳고 있다.

전력망이 흔들린다 — 지역 사회가 치르는 비용

문제는 전력 소비량 자체에만 있지 않다. 데이터센터가 특정 지역에 집중될 때 지역 전력망이 받는 충격이 더 직접적인 문제로 부상하고 있다. 미국 버지니아주 노던버지니아 일대는 세계 최대 데이터센터 클러스터로 꼽히는데, 이 지역 전력 당국은 급증하는 부하를 감당하기 위해 수십억 달러 규모의 송전망 확충을 추진 중이다. 그 비용은 결국 지역 주민의 전기요금에 전가될 가능성이 크다. 아일랜드에서는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가 전체 국가 전력망의 20%를 넘어서자 당국이 더블린 인근 신규 데이터센터 연결을 사실상 제한하는 조치를 내리기도 했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데이터센터 신설이 이어지면서 한국전력의 전력 공급 여력과 송전 인프라가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 인공지능 산업 육성을 추진하는 정책 방향과, 전력 계통 안정 및 탄소 감축 목표 사이의 간극을 어떻게 좁힐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될 필요가 있다.

친환경 대안은 실현 가능한가

기술 업계 안에서도 돌파구를 찾는 움직임은 나타나고 있다. 재생에너지 직접 전력구매계약(PPA) 확대, 해수나 외기를 활용한 냉각 효율 개선, 데이터센터 폐열의 지역난방 재활용 등이 대표적이다. 중국에서는 2026년 해상풍력 전력을 공급원으로 삼는 수중 데이터센터를 세계 최초로 상업 가동한다는 계획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물속에 서버를 설치해 냉각 에너지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이 방식은, 기존 냉각 인프라에 들어가는 전력 비용을 절반 이하로 낮출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이러한 기술적 시도가 AI 확산 속도를 따라잡을 수 있을지는 불분명하다. 효율이 개선될수록 더 많은 연산을 수행하려는 수요가 함께 늘어나는 이른바 '리바운드 효과'가 작동할 경우, 효율화의 성과가 상쇄될 수 있다. 결국 에너지 효율 기술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데이터센터 입지 분산, 재생에너지 연계 의무화, AI 연산 효율 기준 도입 같은 제도적 수단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에너지 정책 전문가들 사이에서 꾸준히 제기된다.

AI가 창출하는 경제적 가치와 그것이 소비하는 에너지의 비용을 사회 전체가 어떻게 분담할 것인지, 이 질문에 아직 어떤 국가도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