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은 약 4,600만 톤(CO₂ 환산 기준)에 달한다. 면적은 국토의 0.6%에 불과하지만, 전국 배출량의 10% 안팎을 이 도시 하나가 책임진다. 인구 밀도가 높을수록 에너지 소비가 집중되고, 집중될수록 기후 위기에 취약해지는 구조다. 그 구조를 바꾸겠다는 시도가 구체적인 일정을 잡았다.
서울시는 2026년 6월 25일부터 26일까지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AI와 함께 회복력 있는 도시를 만드는 기후테크' 국제 포럼을 개최한다. 단순한 전시 행사가 아니다. AI 기반 탄소 감축 기술을 도시 인프라에 실제로 적용하는 방법론을 논의하는 자리로, 서울시가 기후 대응의 방향을 '선언'에서 '기술 구현'으로 전환하겠다는 신호로 읽힌다.
왜 지금, AI 기반 기후테크인가
기후테크(Climate Tech)는 탄소 감축과 기후 적응을 목표로 하는 기술 전반을 아우르는 개념이다. 재생에너지, 탄소 포집, 스마트 그리드가 1세대였다면, 지금의 기후테크는 AI와 결합하며 차원이 달라지고 있다. 건물 단위 에너지 소비 패턴을 실시간 분석해 냉난방을 최적화하거나, 도시 열섬 지도를 AI로 정밀하게 그려 녹지 배치를 재설계하는 것이 이미 기술적으로 가능한 수준에 이르렀다.
서울은 특히 도시 열섬 현상이 심각하다. 기상청 장기 관측 자료에 따르면, 서울의 여름 평균 기온은 지난 30년간 약 1.5도 이상 상승했으며 열대야 발생 일수도 꾸준히 늘었다. 콘크리트와 아스팔트가 뒤덮인 고밀도 도심에서 기온 상승은 에너지 소비를 다시 끌어올리는 악순환을 만든다. AI 기반 도시 모니터링은 이 고리를 끊을 수 있는 현실적 수단으로 떠오르고 있다.
기술이 도시 회복력과 만나는 지점
「도시 회복력(Urban Resilience)」은 기후 충격에 얼마나 빠르게, 효율적으로 대응하고 복구하느냐의 능력이다. 폭염, 집중호우, 대기오염 같은 기후 재난이 빈도를 높여가는 상황에서 이 개념은 추상적 슬로건을 넘어 도시 행정의 핵심 지표가 되고 있다.
AI 기후테크가 회복력에 기여하는 경로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예측 정확도의 향상이다. 머신러닝 기반 기상·에너지 수요 예측은 재난 대비 골든타임을 늘린다. 둘째, 자원 배분의 최적화다. 전력망, 물 공급, 응급 인프라를 실시간 데이터로 조율하면 위기 상황에서의 손실을 줄일 수 있다. 셋째, 탄소 감축의 정량화다. 어느 구역에서 얼마만큼의 탄소가 줄었는지를 AI가 측정·검증함으로써 정책 효과를 숫자로 증명할 수 있다. 이는 탄소배출권 거래 시장과도 연결된다.
해외 도시들은 이미 한 발 앞서 있다. 싱가포르는 AI 기반 스마트 도시 플랫폼 「버추얼 싱가포르」를 통해 건물 에너지 효율 시뮬레이션을 도시 전체에 적용 중이다. 암스테르담은 AI로 운하 수위와 도시 침수 위험을 실시간 예측하는 시스템을 운영한다. 서울이 2026년 포럼을 통해 무엇을 얼마나 구체적으로 가져올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기술 낙관론의 한계와 실질 과제
그러나 AI 기후테크가 자동으로 탄소 중립 도시를 만들어주지는 않는다. 몇 가지 구조적 장벽이 있다. 우선 데이터 인프라다. AI는 대규모 실시간 데이터 없이는 작동하지 않는데, 서울의 노후 건축물 상당수는 센서조차 없다. 전체 건물의 절반 이상이 준공 30년을 넘긴 상황에서, 기술을 심을 토대를 어떻게 구축하느냐가 선결 과제다.
다음은 에너지 역설이다. AI 시스템 자체가 막대한 전력을 소비한다.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는 전 세계 전력 수요의 약 1~2%를 차지하고 있으며, AI 고도화와 함께 이 수치는 가파르게 오를 전망이다. 탄소를 줄이겠다는 시스템이 탄소를 만들어내는 아이러니를 해결하지 못하면, 기후테크의 순효과는 반감된다. 서울시가 재생에너지 기반 AI 인프라 구축 로드맵을 함께 제시하지 않으면 포럼의 선언은 공허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오는 이유다.
2026년 6월 DDP의 포럼장이 닫힌 뒤, 서울이 어떤 기술을 들고 골목 단위 도시 행정에 내려가느냐. 그 한 걸음이 '기후 대응 도시 서울'의 실제 좌표를 결정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