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항 물류창고의 풍경은 최근 몇 년 새 몰라보게 달라졌다. 쉴 새 없이 밀려드는 중국발 소형 화물로 유례없는 포화 상태를 겪고 있는 것이다. 의류부터 생활잡화, 소형 가전기기까지 '배송비 포함 수천 원'이라는 파격적인 가격표를 단 소포들이 컨베이어 벨트를 따라 끊임없이 쏟아진다. 이는 단순히 소비 트렌드의 변화를 넘어, 국내 유통 및 제조 생태계의 근간을 뒤흔드는 거대한 해일의 시작이다. 초저가를 무기로 국내 시장을 급속도로 잠식 중인 중국계 이커머스(C-커머스) 플랫폼의 공습은 이제 생존을 위협하는 현실이 됐다.

유통업계와 제조업계의 우려는 날로 깊어지고 있다. 국내 소상공인과 중소 제조업체들은 원자재 가격 상승과 인건비 부담, 여기에 엄격한 안전 인증(KC인증) 비용까지 감당하며 제품을 생산한다. 반면, 해외 직구 형식으로 들어오는 C-커머스 제품들은 이러한 규제와 세금 장벽을 가볍게 우회한다. 국내 유통망이 국산 제품을 외면하고 초저가 수입품의 단순 중개 기지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경고등이 켜진 이유다.

안방 시장 잠식하는 초저가 공습과 무너지는 제조 생태계

C-커머스의 파괴력은 단순한 가격 경쟁력에만 있지 않다. 제조와 유통을 극단적으로 단순화한 '공장 직송' 모델을 통해 중간 유통 마진을 완전히 제거했다. 이에 따라 국내 소매업자들은 가격 경쟁력을 완전히 상실했다. 동대문 의류 상가나 화곡동 유통단지 등 과거 국내 소매 유통의 젖줄 역할을 하던 전통적인 도매 상권은 직구 플랫폼에 밀려 고사 위기에 처해 있다.

더 큰 문제는 제조 생태계의 붕괴다. 국내 강소기업들이 공들여 개발한 디자인과 기술이 중국 현지에서 카피되어 며칠 만에 수분의 일 가격으로 직구 시장에 풀리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러한 지식재산권 침해와 안전성 검증 미비 문제는 국내 제조업체들의 투자 의지를 꺾고 결국 생산 기반 자체를 해외로 이전하거나 폐업하게 만드는 악순환을 낳고 있다.

글로벌 '역직구 장벽' 강화…EU의 선제적 면세 폐지 결단

이러한 C-커머스의 공습은 비단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 세계 주요국 역시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빗장을 걸어 잠그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유럽연합(EU)이다. EU 회원국 재무장관들은 2025년 11월 13일 회의를 통해 150유로 미만의 저가 소포에 적용되던 관세 면세 혜택을 당초 계획보다 2년 앞당긴 2026년 1분기에 폐지하기로 전격 합의했다.

EU의 이 같은 조치는 저가 직구 상품의 무분별한 유입이 자국 내 소매업자와 제조업 생태계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는 위기감에서 비롯됐다. 면세 혜택을 악용한 쪼개기 배송과 편법 통관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다. 미국 역시 저가 수입품에 대한 면세 한도 기준을 대폭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등, 글로벌 시장은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기 위한 제도적 규제 강화로 빠르게 선회하고 있다.

'기울어진 운동장' 바로잡기…규제 형평성과 상생의 유통망 구축

우리 정부와 업계 역시 글로벌 흐름에 발맞춰 보다 정교하고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선 지적되는 것은 '규제 형평성'의 확보다. 국내 기업들은 부가가치세, 관세, KC인증 등 엄격한 법적 의무를 지는 반면, 해외 직구 제품은 면세 혜택과 인증 면제 특혜를 누리는 모순을 해결해야 한다. 직구 물품에 대한 통관 단계에서의 안전성 검사를 강화하고, 일정 규모 이상의 해외 플랫폼에 대해 국내 대리인 지정을 의무화하는 등 법적 책임을 명확히 물어야 한다.

동시에 국내 제조·유통 생태계 자체의 체질 개선도 필수적이다. 가격 경쟁만으로는 중국의 압도적인 생산 인프라를 이길 수 없다. 정부와 대기업 유통사가 협력해 중소 제조업체의 디지털 전환을 돕고, 고부가가치 브랜드 육성 및 맞춤형 신속 배송망을 구축해야 한다. 단순히 수입품을 중개하는 유통을 넘어, '메이드 인 코리아'의 신뢰성과 품질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유통망의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할 때다.

C-커머스의 공습은 위기이자 동시에 국내 유통 산업의 고도화를 촉진하는 자극제가 될 수 있다. 글로벌 통상 환경이 자국 산업 보호 중심으로 급변하는 지금, 정부의 선제적 제도 개선과 민간의 혁신 노력이 맞물려야만 우리 유통망과 제조 생태계가 지속 가능한 미래를 담보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