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가 부채가 국내총생산(GDP)의 100%를 넘어섰으며, 2029년경에는 제2차 세계대전 직후인 1946년 기록(GDP 대비 106%)을 경신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스티븐 밀러(Stephen Miller) 백악관 부비서실장은 이민자들이 재정 적자의 주범이라고 주장하며 논란의 중심에 섰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밀러 부비서실장의 주장이 연방정부의 공식 추정치를 크게 벗어나며, 이민자들이 재정에 부담을 주기보다 오히려 기여한다는 연구 결과를 간과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밀러 부비서실장의 주장과 반박

밀러 부비서실장은 최근 한 행사에서 “정부 예산이 적법하게 자격을 갖춘 수혜자에게만 지급된다면 연방 예산을 균형 있게 맞출 수 있을 것”이라고 발언하며, 불법 체류자나 미국 시스템에 편입되지 않은 이민자들이 수천억 달러, 심지어 수조 달러에 달하는 세금을 ‘약탈’하여 국가 부채의 주된 원인이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과거에도 이민자들에게 책임을 전가했던 그의 주장과 맥을 같이 한다.

하지만 연방 감사원(GAO)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부정 지급액은 약 1,860억 달러로 전체 재정 적자의 약 10%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밀러 부비서실장이 제시한 수치보다 훨씬 적은 규모다. 또한, 퓨 리서치 센터(Pew Research Center) 등 다수의 연구 기관은 이민자들이 장기적으로 미국 재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분석한다. 이민자들은 노동력 공급, 소비 증진, 세금 납부를 통해 경제 성장에 기여하며, 사회보장(Social Security) 및 메디케어(Medicare) 수혜율이 내국인보다 낮아 재정 부담을 줄이는 데도 일조한다.

미국 재정 적자의 근본 원인과 전망

전문가들은 미국 재정 적자의 주된 원인을 이민자가 아닌 고령화 사회에 따른 연금 및 의료비 지출 증가, 그리고 금리 상승으로 인한 이자 지급액 증가 등 구조적인 문제로 보고 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행정부 시절의 대규모 감세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의 경기 부양책은 재정 지출을 크게 늘려 국가 부채 증가를 가속화했다. 조 바이든(Joe Biden) 행정부의 대규모 경기 부양 패키지 역시 인플레이션을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재무장관을 지낸 스콧 베슨트(Scott Bessent)조차 트럼프 행정부 임기 말까지 재정 적자를 GDP의 4% 미만으로 줄이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으나, 현재의 추세로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결론적으로, 밀러 부비서실장의 이민자 책임론은 사실 관계를 왜곡하고 미국의 재정 문제를 단순화하는 정치적 수사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미국이 직면한 재정 적자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이민자 정책에 대한 왜곡된 시각을 바로잡고, 고령화, 의료비, 금리 등 구조적인 문제 해결에 집중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