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은 한 나라의 언어이자 영혼이다." 프랑스의 미식가 브리야사바랭은 "당신이 무엇을 먹는지 말해주면,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말해주겠다"고 했다. 한때 변방의 이국식에 불과했던 한국의 맛이 이제 인류의 보편적 식사 위에 당당히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매운 떡볶이에 열광하고 김밥을 건강한 간편식으로 삼는 세계인들의 모습은 이제 낯설지 않은 풍경이다.
최근 정부 발표에 따르면, 2025년 농식품과 농산업을 합한 'K-푸드+' 수출액(잠정)은 전년 대비 5.1% 증가한 136억 2,000만 달러를 기록하며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는 단순한 수치의 성장을 넘어, 한국이라는 문화적 브랜드가 세계인의 일상 깊숙이 침투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이정표다.
물론 이러한 열풍을 바라보는 시선이 늘 낙관적인 것만은 아니다. 일각에서는 대중문화의 인기에 편승한 일시적인 '팬덤 소비'에 불과하며, 자극적인 매운맛이나 이색적인 비주얼이 주는 신선함이 가시고 나면 금세 사그라들 거품이라는 우려를 제기하기도 한다. 실제로 과거 많은 이국적 음식들이 반짝 유행에 그쳤던 선례가 존재한다. 그러나 지금의 K-푸드는 단순한 호기심의 영역을 넘어서고 있다. 한국 콘텐츠의 시각적 경험이 미각적 체험으로 전이되고, 이것이 다시 건강과 웰빙이라는 글로벌 트렌드와 결합하는 독특한 '문화적 순환 구조'를 형성했기 때문이다.
진정한 지속 가능성은 결국 '뿌리내림'에 있다. 바람을 타고 날아온 씨앗이 낯선 땅에서 일시적인 꽃을 피우는 데 그치지 않고, 그 땅의 기후와 토양에 맞춰 깊이 뿌리를 내려야 한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이 바로 정교한 현지화(Localization)와 고부가가치화 전략이다. 현지인의 식문화에 맞춘 변주나 할랄·비건 인증의 확대는 기본이다. 더 나아가, 단순히 '싸고 맛있는 간식'이라는 프레임을 넘어 식재료 고유의 깊은 맛과 발효 과학을 담은 프리미엄 브랜드로의 도약이 요구된다.
동양의 고전 《중용(中庸)》에는 '인막불음식 야선능지미(人莫不飲食 也鮮能知味)'라는 구절이 있다. "사람치고 마시고 먹지 않는 이가 없으나, 그 맛을 제대로 아는 이는 드물다"는 뜻이다. 세계인에게 K-푸드를 단순한 배고픔을 채우는 '음식(飲食)'을 넘어 그 깊은 '맛(味)'을 알게 하려면, 우리 음식에 담긴 철학과 스토리를 함께 전해야 한다. 김치 한 포기에 담긴 기다림의 미학, 비빔밥의 조화로움 속에 깃든 상생의 정신이 세계인의 마음에 닿을 때, K-푸드는 대체 불가능한 문화적 영토를 확보하게 될 것이다.
유행은 계절처럼 가고 오지만, 영혼을 채운 맛의 기억은 결코 쉽게 잊히지 않는다. 136억 달러라는 화려한 숫자의 이면에서, 이제 우리는 세계인의 식탁 위에 가장 깊고 따뜻한 한국의 온기를 심어야 할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