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년간 유럽과 중동 시장을 중심으로 역대 최대 규모의 수주 실적을 기록하며 가파르게 성장한 대한민국 방위산업(K-방산)이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 단순 완제품 수출을 넘어 구매국의 현지 생산 요구가 거세지는 가운데, 핵심 기술 유출 방지와 방산 생태계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해야 하는 고차방정식에 직면한 것이다. 이는 K-방산이 단기적 '수출 잭팟'을 넘어 글로벌 방산 주류 시장에서 장기적 지배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를 결정짓는 중대한 시험대다.

완제품 수출에서 '현지 공동 생산'으로의 패러다임 전환

글로벌 방산 시장의 트렌드는 빠르게 변하고 있다. 과거 정부 간 계약(G2G) 중심의 완제품 직수출 방식에서 벗어나, 최근 수입국들은 절충교역(Offset)의 일환으로 현지 공동 생산, 기술 이전, 그리고 현지 정비·유지·보수(MRO) 거점 구축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실제로 유럽과 중동의 주요 수입국들은 자국 내 고용 창출과 방위산업 역량 강화를 계약의 필수 조건으로 내걸고 있다.

방산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러한 현지화 요구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수조 원 규모의 대형 프로젝트 수주 자체가 불가능한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현지 생산 라인 구축과 기술 이전은 장기적으로 국내 제조업 공동화와 기술 잠식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우려를 낳는다. 구매국이 기술을 습득한 후 독자적인 무기 체계를 개발해 잠재적 경쟁자로 부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술 유출 방지책 강화, '원스트라이크 아웃' 도입의 명암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는 방산 기술 보호의 고삐를 바짝 죄고 나섰다. 국방부는 2026년 4월 3일, 방산기술을 해외로 유출한 기업에 대해 기존의 형사처벌을 넘어 방산업체 지정을 취소하고 무기체계 입찰 참여를 배제할 수 있도록 제재를 대폭 강화하는 '방산기술 보호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이는 기술 유출이 발생할 경우 사실상 기업의 국내 사업 기반을 흔들 수 있는 강력한 제재 조치를 도입한 것으로 평가된다.

업계에서는 국가 안보와 핵심 기술 자산 보호를 위해 불가피한 조치라는 점에 동의하면서도, 현지 생산 요구와 기술 보호라는 상충하는 가치 사이에서 규제 준수(Compliance) 비용이 급증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현지 생산 합작법인(JV) 설립이나 기술 지원 과정에서 의도치 않은 기술 유출이 발생할 위험이 커진 만큼, 협력업체 관리와 현지 파견 인력에 대한 통제 강도를 획기적으로 높여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되었다.

지속 가능한 K-방산을 위한 '투트랙' 상생 전략

전문가들은 K-방산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정부와 기업이 정교한 '투트랙(Two-Track)'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첫째, 이전 가능한 일반 기술과 국가 안보에 직결되는 핵심 원천 기술을 철저히 분리하는 '블랙박스형' 기술 보호 제도를 정착시켜야 한다. 플랫폼은 현지에서 조립하더라도 핵심 통제 장치나 소프트웨어 등 고부가가치 부품은 국내에서 완제품 형태로 공급하는 방식이다.

둘째, 수출 원천기술의 보호와 동시에 국내 방산 생태계의 고도화가 병행되어야 한다. 연구개발(R&D) 투자를 지속적으로 확대하여 추격국들과의 기술 격차를 5~10년 이상 유지하는 '초격차' 전략만이 현지화 요구 속에서도 주도권을 잃지 않는 유일한 해법이다. 결국 K-방산의 미래는 단순한 무기 판매국을 넘어, 기술 안보를 철저히 통제하면서도 신뢰할 수 있는 글로벌 안보 파트너로서의 가치를 입증하는 데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