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위원회가 국내 주식 목표 비중 조정과 전략적 자산배분(SAA) 허용범위 확대를 결정한 것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이번 조치는 주가 하락기에 국민연금의 강제 매도를 막아 국내 증시를 방어하는 '안정판' 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단기적인 시장 안도감을 줄 수 있다. 그러나 국민의 노후 자금을 담보로 시장을 부양하겠다는 발상은 장기 수익률 저하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점에서 극히 신중해야 한다. 본지는 이번 SAA 확대 조치가 기금의 독립성과 장기 건전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점에서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
첫째, 자산배분의 원칙을 흔들어 기금의 장기 수익률을 갉아먹을 위험이 크다. SAA 허용범위 확대는 국내 주식의 비중이 목표치를 초과하더라도 즉각 매도하지 않고 보유할 수 있도록 유연성을 주는 제도다. 하지만 이는 고수익을 올릴 수 있는 해외 우량 자산으로의 포트폴리오 다변화 기회를 스스로 제약하는 결과를 낳는다. 성장성이 둔화된 국내 증시에 과도한 자금이 묶이게 되면, 글로벌 자산 배분을 통한 수익률 극대화라는 국민연금 본연의 투자 전략은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둘째, 국민연금의 수탁자 책임(Fiduciary Duty)에 반하는 결정이다. 국민연금은 가입자인 국민의 노후 자산을 안전하게 증식시켜야 할 의무가 있을 뿐, 정부의 증시 활성화 정책이나 단기적 시장 안정을 위한 '소방수'로 동원되어서는 안 된다. 연금 기금의 운용 결정은 오직 '수익성과 안정성'이라는 재무적 기준에 의해서만 내려져야 한다. 시장 안정을 위해 연금을 도구화하는 선례가 반복된다면, 기금 운용의 전문성과 독립성에 대한 대내외적 신뢰는 추락할 것이다.
셋째, 인구 절벽과 기금 고갈 우려가 깊어지는 상황에서 단 0.1%의 수익률 저하도 치명적이다. 저출생·고령화 속도가 세계에서 가장 빠른 한국의 상황을 고려할 때, 국민연금의 고갈 시점을 늦추는 유일한 열쇠는 기금 운용 수익률 제고다. 전문가들은 기금 수익률이 1%포인트만 떨어져도 고갈 시기가 수년 앞당겨진다고 경고한다. 단기적인 국내 주가 방어를 위해 장기적인 연금 재정 안정을 희생시키는 것은 미래 세대에게 막대한 재정적 부담을 떠넘기는 무책임한 처사다.
국민연금은 정권이나 시장의 요구에 흔들리지 않는 독립적 기금 운용 체계를 확립해야 한다. 정부와 기금운용위원회는 SAA 확대가 가져올 장기적 손실을 직시하고, 자산 배분의 기본 원칙으로 돌아가야 할 것이다. 국민의 노후를 지키는 최선의 방책은 단기적인 증시 부양이 아니라, 철저하게 수익률 중심의 글로벌 자산 배분을 실행하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