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세는 정말 '징벌적 세금'일까, 아니면 '부의 대물림을 막는 최소한의 방파제'일까. 서울의 아파트 한 채 가격이 상속세 공제 한도를 훌쩍 넘어서는 시대에, 상속세는 더 이상 일부 자산가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국민적 관심사로 부상한 이 해묵은 논쟁은 최근 정치권과 정부의 세제 개편 움직임 속에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세수 결손에 대한 우려와 과세 형평성이라는 두 가치 사이에서 한국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타는 어디를 가리키고 있을까.
상속세 개편 논의의 불씨를 지핀 것은 지난 2025년 9월 11일 열린 이재명 대통령의 취임 100일 기자회견이었다. 당시 회견에서 언급된 상속세 완화 및 합리화 기조는 시장의 기대를 모았으나, 곧바로 현실적인 장벽에 부딪혔다. 국회예산정책처가 분석한 세수 감소 추산액이 무려 3조 843억 원에 달하면서 재정 건전성에 비상이 걸렸기 때문이다. 대규모 세수 펑크 우려 속에서 정부의 고심은 깊어질 수밖에 없었다.
결국 정부가 추진하던 핵심 카드인 '유산취득세'로의 전환은 2025년 11월 말 사실상 보류되는 모양새를 취하게 되었다. 전체 유산 총액에 과세하는 현행 유산세 방식 대신 개인이 실제 상속받은 금액에만 과세하는 유산취득세는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조세 원칙에 부합하는 합리적 대안으로 꼽혔다. 하지만 급격한 세수 감소 우려와 세정 인프라 준비 부족이라는 현실적 한계 앞에서 개편의 시계는 잠시 멈춰 서게 되었다.
그러나 이번 보류 결정을 개편 논의의 종착지로 삼아서는 안 된다. 상속세는 부의 과도한 집중을 막는다는 본연의 취지를 지키는 동시에, 평생 소득세를 납부한 재산에 다시 과세한다는 이중과세 논란을 해소해야 하는 고난도 방정식을 안고 있다. 특히 기업 상속의 경우, 과도한 세 부담이 가업 승계를 가로막아 일자리를 소멸시키고 국가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부작용을 낳는다는 지적을 가볍게 넘길 수 없다.
이제는 '부자 감세' 대 '서민 증세'라는 이분법적 프레임에서 벗어나야 한다. 진정한 세제 개편은 단순히 세율을 낮추는 것이 아니라, 세수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면서도 경제 주체들의 활력을 꺾지 않는 정교한 설계에서 출발한다. 유산취득세 도입 보류로 얻은 시간 동안, 정부와 국회는 공제 한도의 합리적 조정과 가업상속공제 요건 완화 등 연착륙을 위한 징검다리 정책을 정교하게 다듬어야 할 것이다.
2025년 말의 유산취득세 보류는 후퇴가 아닌, 더 나은 제도를 만들기 위한 '전략적 쉼표'가 되어야 한다. 경제적 역동성을 살리면서도 사회적 연대를 훼손하지 않는 합리적인 상속세 개편안을 마련하는 것, 그것이 지금 우리 공동체가 직면한 가장 시급한 과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