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대를 내려놓는 순간, 삶의 반경은 얼마나 좁아질까. 고령 운전자의 교통사고 뉴스가 보도될 때마다 여론은 '면허 반납'이라는 손쉬운 해결책을 외친다. 고령자 스스로 운전을 포기하게 만드는 것이 가장 확실한 예방책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도시의 편리한 지하철망 안에서만 유효한 오만일지 모른다. 누군가에게 운전면허 반납은 단순한 권리 포기가 아니라, 세상과의 단절이자 생존권의 상실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고령 운전자들이 면허증을 품에 쥐고 쉽게 놓지 못하는 이유는 고집이 아닌 현실적 장벽에 있다. 관련 조사에 따르면, 고령 운전자가 면허 반납을 꺼리는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로 '교통 이용의 불편함'(22.4%)이 꼽혔다. 대중교통 인프라가 취약한 지역일수록 차가 없으면 병원 진료나 생필품 구매조차 불가능한 것이 우리 사회의 씁쓸한 이면이다. 즉, 이동할 대안이 없는 상태에서의 면허 반납 요구는 고령층을 사회적 고립으로 내모는 결과를 낳는다.

정부와 지자체도 이를 의식해 다양한 유인책을 내놓고 있다. 예컨대 서울시는 고령 운전자 면허 반납을 적극적으로 유도하기 위해, 지난 2026년 4월 발표를 통해 그해 3월 10일부터 지원금을 상향 조정하는 대책을 시행하기도 했다. 그러나 일회성 교통카드나 소액의 지원금만으로는 운전대를 포기함으로써 발생하는 평생의 이동 불편을 상쇄하기 어렵다. 미봉책 수준의 인센티브를 넘어, 실질적이고 지속 가능한 이동권 보장 대책이 병행되어야 하는 이유다.

이제 고령 운전자 대책은 '면허 회수'라는 행정 편의적 발상에서 벗어나 '이동의 자유 보장'이라는 복지적 관점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 수요응답형 버스(DRT)의 획기적 확대, 고령자 전용 바우처 택시 활성화, 그리고 대중교통 거점까지의 접근성을 높이는 인프라 개선이 선행되어야 한다. 운전대를 놓아도 일상생활에 아무런 지장이 없다는 확신을 줄 때, 비로소 자발적이고 안전한 면허 반납이 완성될 수 있다.

초고령 사회로의 진입은 거를 수 없는 흐름이며, 누구나 언젠가는 운전대를 놓아야 하는 순간을 맞이한다. 고령 운전자를 잠재적 위험 요인으로 취급하며 도로 밖으로 밀어내기만 하는 사회는 건강하지 않다. 안전한 도로와 존엄한 노후는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다. 면허 반납 제도의 성공 열쇠는 규제의 강도가 아니라, 고령자가 사회 구성원으로서 품위 있게 이동할 수 있는 권리를 얼마나 촘촘하게 보장하느냐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