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마다 셔터를 내리던 대형마트가 평일로 문을 닫기 시작했다. 복수의 지방자치단체가 의무휴업일을 일·공휴일에서 평일로 전환하면서, 10년 넘게 유지돼 온 유통 규제의 틀이 흔들리고 있다. 국회에서는 이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할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이 소위원회에 회부된 상태다. 찬반 양측 모두 '상생'을 내세우지만, 숫자와 현장은 다른 이야기를 전한다.

평일 전환의 논리: 소비 진작인가, 규제 완화인가

의무휴업 제도는 2012년 도입됐다.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SSM)이 매월 두 차례 의무적으로 문을 닫도록 해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을 보호한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12년이 지난 지금, 제도 설계 당시와 유통 환경 자체가 달라졌다. 온라인 쇼핑 거래액은 연간 200조 원을 넘어섰고, 소비자들은 대형마트가 쉬는 일요일에 전통시장 대신 스마트폰을 꺼낸다.

이 지점이 평일 전환론의 핵심 근거다. 마트가 일요일에 문을 닫아도 그 수요가 골목상권으로 흘러가지 않는다면, 규제의 실익은 줄고 소비 위축만 남는다는 논리다. 실제로 의무휴업일 전환을 시행한 일부 지자체에서는 마트 매출이 회복세를 보이고, 주말 쇼핑 수요가 유지되면서 인근 상권 전체의 유동 인구가 늘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다만 이 효과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한지, 전통시장 매출 증가로 이어졌는지는 아직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다.

골목상권, 실질적 수혜자인가 들러리인가

전통시장과 소상공인 단체의 입장은 엇갈린다. 일부에서는 평일 전환으로 주말 유동 인구가 늘면 인근 골목 상점도 반사 이익을 누릴 수 있다고 본다. 대형마트 주변 상권이 함께 활성화되는 '집객 효과'가 생긴다는 것이다. 반면 전통시장 상인들 사이에서는 마트가 쉬는 일요일이 사실상 유일한 반짝 특수였다는 반론도 나온다. 휴업일이 평일로 바뀌면 그마저 사라진다는 우려다.

핵심은 소비 대체 가능성이다.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을 동일한 소비 선택지로 보는 소비자가 얼마나 되느냐에 따라 제도의 효과가 갈린다. 40~50대 이상 소비자층은 상당 부분 대체 관계를 유지하지만, 30대 이하에서는 마트 휴업일에 온라인 전환 비율이 높다는 조사 결과들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골목상권 보호 효과가 세대별로 이미 구조적으로 분화되고 있다는 뜻이다.

실질적 상생을 위해서는 단순한 휴업일 조정 이상의 설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대형마트와 인근 전통시장이 연계 할인 쿠폰을 공유하거나, 지역 농산물 공동 판매망을 구축하는 방식처럼 직접적인 협력 구조 없이는 제도 변경이 상생 명분을 충족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노동자 휴식권, 논의에서 빠진 변수

마트산업노동조합 등 노동계는 이 논의에서 정작 중요한 변수가 빠졌다고 지적한다. 의무휴업일의 평일 전환은 마트 노동자들의 주말 휴식권을 사실상 박탈하는 결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대형마트 종사자 상당수가 비정규·파트타임 형태로 주말 근무를 피해왔고, 의무휴업제는 이들에게 실질적 휴식을 보장하는 기능도 했다. 소비 진작과 상생이라는 프레임에 가려 노동 조건 문제가 제대로 다뤄지지 않고 있다는 비판은 정책 논의 과정에서 반드시 짚어야 할 대목이다.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이 소위원회 문턱을 넘는다면, 평일 전환은 지자체 재량이 아닌 전국 표준으로 확산될 수 있다. 소비 회복의 명분, 골목상권의 실익, 노동자의 권리라는 세 축이 제대로 정렬되지 않은 채 법제화가 먼저 이루어진다면, 10년 뒤 또 다른 '재설계'를 요구하는 논쟁이 반복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