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6월 21일, 9개월의 유예기간을 끝낸 간호법이 공식 시행에 들어갔다. 2024년 8월 2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이 법은 진료지원(PA) 간호사의 법적 지위를 처음으로 명문화했다는 점에서 의료계 안팎의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법 시행 이후에도 실질적인 쟁점은 해소되지 않은 채 남아 있다. 구체적인 직무 범위를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지, 의료 사고 발생 시 책임은 누구에게 귀속되는지가 여전히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PA 간호사, 오랜 현실과 짧은 법적 근거 사이
진료지원 간호사는 수술 보조, 처치, 검사 지시 수행 등 의사의 고유 업무 영역과 간호 업무의 경계에서 기능해온 직군이다. 의료 현장에서는 이미 수천 명 규모의 PA 간호사가 실질적인 진료 지원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특히 외과계 전공의 부족과 의사 인력의 지역 편중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PA 간호사의 역할은 병원 운영의 실질적 축이 되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적 근거 없이 관행적으로 운영되어 온 탓에, 의료 분쟁이 발생했을 때 책임 귀속이 모호해지는 구조적 문제가 반복되어 왔다.
이번 간호법 시행은 이러한 회색지대를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이는 첫걸음으로 평가된다. 법은 PA 간호사의 존재를 공식화했지만, 구체적 직무 목록이나 행위 한계를 법률 본문에 직접 규정하지 않고 하위 법령이나 고시 등으로 위임하는 형태를 취하고 있다. 이는 유연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세부 기준이 마련되기 전까지 현장 혼란이 지속될 수 있다는 양면성을 안고 있다.
직무 범위 구획, 왜 어렵고 왜 중요한가
PA 간호사의 직무 범위를 명확히 설정하는 작업은 단순한 목록 작성이 아니라 의료 행위의 본질에 대한 철학적·법적 판단을 요구한다. 의사법적으로 '의료행위'는 의사만이 수행할 수 있도록 규정되어 있으며, 이를 간호사가 수행할 경우 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 현재 논의되는 방향은 의사의 지도·감독 아래 수행되는 '위임 가능 행위'를 유형화하고, 이를 구체적 행위 목록으로 열거하는 방식이다.
비교 사례로 미국의 경우, 각 주(州)별로 진료보조인력(NP·PA)의 업무 범위를 법령으로 명시하고, 독립적 처방권 부여 여부까지 세분화해 규정하고 있다. 일본 역시 특정행위간호사 제도를 통해 38개 특정 행위를 법으로 한정하고 교육 이수 요건을 함께 규정한다. 국내에서도 이러한 모델을 참고한 행위 목록화 작업이 추진되고 있지만, 의사단체와 간호단체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은 상태여서 합의 도출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분석된다.
책임 소재 명확화, 제도 안착의 전제 조건
직무 범위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책임 소재의 명확화다. 현행 구조에서 PA 간호사가 의사의 지시를 받아 시술이나 처치를 수행하다가 환자에게 피해가 발생했을 경우, 법적 책임이 의사에게 있는지 간호사에게 있는지, 또는 병원에 있는지가 불분명한 상황이다. 이는 PA 간호사 스스로도 자신의 행위에 대한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한 채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행위 위임의 성격, 지도·감독의 실질적 여부, 병원의 관리 의무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한 책임 귀속 기준이 하위 법령에 명시되어야 한다는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의료 사고 발생 시 지도 의사의 감독 행위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과 함께, PA 간호사를 위한 별도의 배상책임보험 체계 구축도 검토 대상으로 거론된다.
간호법 시행이 의료 현장의 구조적 공백을 메우는 실질적 제도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법률 선언에 그치지 않고, 행위 목록·교육 이수 요건·감독 체계·책임 귀속 기준이라는 네 가지 축이 하위 법령 수준에서 구체화되어야 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 작업이 지연될수록 현장의 관행은 법 테두리 밖에서 계속 작동할 수밖에 없으며, 그 피해는 환자와 의료인 모두에게 돌아올 수 있다는 점에서 후속 입법 논의의 속도와 방향이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