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말, 수도권 인구가 처음으로 비수도권을 넘어섰다. 전체 인구의 50.2%, 청년층만 따지면 56.2%가 서울·경기·인천에 몰려 있다. 비수도권 지방자치단체 228곳 가운데 상당수가 소멸 위험 지역으로 분류되는 현실과 맞닿아 있다. 사람이 떠난 자리에 산업도, 세수도 따라 줄어드는 구조다.
특구 지정, 무엇을 내걸었나
정부가 꺼낸 카드 중 하나가 기회발전특구다. 비수도권 지역에 기업이 이전하거나 신설할 경우 법인세·소득세·취득세 감면, 규제 완화 등 파격적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제도다. 지방 이전 기업에는 수도권 부동산 양도세 특례까지 붙는다. 산업을 먼저 심고 일자리를 만들어 인구를 끌어들이겠다는 구상이다.
표면상의 논리는 간결하다. 기업이 오면 고용이 생기고, 고용이 있으면 청년이 온다. 하지만 실제 흐름은 그렇게 단선적이지 않다. 지방에서 취업한 청년 상당수가 결국 수도권으로 되돌아간다는 것은 오래된 관찰이다. 직장이 있어도 병원, 학교, 문화 인프라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정착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세제 혜택의 한계, 정주 여건의 공백
기업 유치와 인구 유입 사이에는 결정적인 단절 지점이 있다. 일자리는 사람을 '방문'하게 만들 수 있지만, '머물게' 하는 것은 다른 조건이다. 자녀 교육 환경, 배우자의 취업 가능성, 의료 접근성, 문화·여가 인프라—이 네 가지가 충족되지 않으면 이주는 단기 파견으로 끝난다.
실제로 과거 혁신도시 사업이 이를 입증한다. 공공기관 이전으로 해당 지역 인구가 일시 증가했지만, 직원 가족의 동반 이주율은 예상에 크게 못 미쳤다. 배우자 일자리와 자녀 교육 문제가 발목을 잡았다는 분석이 당시부터 반복해서 제기됐다. 기회발전특구가 혁신도시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이 지점을 정면으로 돌파해야 한다.
현재 특구 설계는 기업 인센티브에 무게중심이 쏠려 있다. 주거·교육·의료 등 정주 여건 개선을 뒷받침하는 재정 투입과 제도적 틀은 상대적으로 얇다. 기업을 유치해도 근로자가 가족을 데려오지 않는다면, 특구는 낮 시간만 사람이 모이는 '통근형 산업단지'에 그칠 수 있다.
제도 설계를 다시 짜야 할 이유
효과적인 지역 균형 발전 사례들은 공통적으로 산업과 생활 인프라를 동시에 설계했다. 기업 유치 패키지 안에 주거 지원, 국제학교 또는 혁신학교 설립, 종합병원 접근성 확보가 함께 묶였을 때 비로소 실질적인 정착 인구가 늘었다. 기회발전특구도 세제 인센티브를 지렛대로 삼되, 지방자치단체와 중앙정부가 정주 여건 투자를 동시에 의무화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방 소멸의 속도는 정책이 논의되는 속도보다 빠르다. 기회발전특구가 단순한 기업 유치 프로그램으로 남느냐, 아니면 지역 생태계 재건의 실질적 도구가 되느냐는 결국 정주 여건에 얼마나 진지하게 투자하느냐에 달려 있다. 기업을 먼저 심는 것은 필요조건이다. 그러나 충분조건은 그 옆에 사람이 뿌리 내릴 땅을 함께 만드는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