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라이더가 사고를 당했다. 산재보험 적용 여부를 두고 6개월째 다툼이 이어진다. 고용 계약서가 없다. 소속 플랫폼 회사는 「우리 직원이 아닙니다」라고 말한다. 이 문장이, 지금 한국 플랫폼 노동의 현실을 가장 정확하게 압축한다.
고용노동부와 한국고용정보원 조사에 따르면 2023년 기준 국내 플랫폼 종사자 규모는 88만3천 명으로, 전년(79만5천 명) 대비 11.1% 증가했다. 단순 수치가 아니다. 1년 만에 약 9만 명이 새로 플랫폼 경제권으로 편입됐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들 대다수는 현행 근로기준법이 상정하는 「근로자」 범주 밖에 있다. 유급 휴가도, 해고 보호도, 최저임금 보장 구조도 적용받지 못한다.
근로기준법이 상정하지 못한 노동의 형태
현행 근로기준법은 1953년 제정 이후 기본 골격을 유지해왔다.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에 명확한 지휘·종속 관계가 존재하고, 고정된 사업장에서 정해진 시간 일한다는 전제 위에 서 있다. 그러나 플랫폼 노동은 이 전제를 정면으로 무너뜨린다. 앱 하나가 수만 명의 노무를 중개하고, 노동자는 특정 사용자에게 종속되지 않은 채 복수의 플랫폼을 오간다.
법원과 노동위원회도 이 문제를 두고 판단이 엇갈리고 있다. 동일한 배달 라이더를 두고 한 기관은 근로자성을 인정하고, 다른 기관은 독립 계약자로 분류한다. 기준이 불명확하니 현장의 혼란은 가중된다. 플랫폼 기업은 이 모호성을 사실상 방패로 활용해왔다는 지적이 노동법 전문가들 사이에서 꾸준히 제기된다.
해외는 어디까지 왔나
입법 공백이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주요국은 이미 대응에 나섰다. 유럽연합(EU)은 2024년 플랫폼 노동 지침(Platform Work Directive)을 최종 채택했다. 핵심은 「추정 원칙」이다. 플랫폼이 스스로 고용 관계가 없음을 입증하지 못하면, 종사자를 근로자로 간주한다. 입증 책임을 기업에 돌린 것이다. 영국 대법원은 2021년 우버 기사에 대해 독립 계약자 지위를 부정하고 최저임금·유급 휴가 등 노동권을 보장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스페인은 이른바 「라이더스 법(Riders' Law)」을 통해 음식 배달 플랫폼 종사자를 근로자로 법제화했다.
한국 국회에도 관련 법안이 수차례 발의됐다. 플랫폼 종사자의 기본 계약권 보장, 분쟁 조정 절차 마련, 사회보험 특례 적용 등을 담은 법안들이다. 그러나 플랫폼 기업의 비용 부담 증가, 노동 유연성 훼손 우려 등을 이유로 입법화에 이르지 못했다. 88만 명이 법 바깥에 있는 동안, 논의는 수년째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
보호망 설계의 핵심 쟁점
새로운 보호망을 설계할 때 쟁점은 세 가지로 압축된다. 첫째, 적용 기준이다. 근로자성 판단을 알고리즘 통제 여부, 수입 의존도, 전속성 정도 등 복합 지표로 재구성해야 한다는 논의가 진행 중이다. 둘째, 비용 분담 구조다. 사회보험료를 플랫폼 기업과 종사자가 어떤 비율로 나눌 것인가는 산업 생태계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 셋째, 제도의 탄력성이다. 지나치게 경직된 규율은 플랫폼 경제 자체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무시할 수 없다.
결국 이 문제는 법 기술의 문제만이 아니다. 88만 명이 해마다 늘어나는 속도를 감안하면, 입법이 늦어질수록 제도 공백에 노출되는 사람의 수도 그만큼 늘어난다. 고용 형태가 다변화된 것은 법이 만든 결과가 아니다. 그러나 그 결과를 법이 외면하는 것은, 선택의 문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