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둘 중 하나가 지금 이 순간, 몸은 사무실에 있지만 마음은 이미 떠난 상태다. HR테크기업 인크루트가 2024년 3월 직장인 1,09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서 응답자의 51.7%가 스스로를 '조용한 퇴사' 상태라고 답했다. 해고도, 사직서도 아니다. 그냥 딱 시킨 것만 하는 것. 이것이 절반이 넘는 직장인의 현재다.
많은 경영자와 임원들은 이 현상을 MZ세대의 끈기 부족이나 책임감 결여로 읽는다. 편한 진단이다. 원인이 개인에게 있으면 조직은 바꿀 게 없다. 하지만 그 설문에서 '조용한 퇴사'를 선택한 이유로 가장 많이 꼽힌 것은 연봉과 복지에 대한 불만족(32.6%)이었다. 태도의 문제가 아니라, 계산의 결과다.
이 계산은 냉정하다. 열심히 해도 보상이 달라지지 않는다고 느끼는 순간, 사람은 투입량을 조정한다. 그것이 비합리적인가? 오히려 지극히 합리적이다. 문제는 그 계산이 틀렸다는 게 아니라, 그 계산을 하게 만든 구조다. 성과를 내도 연봉 인상이 연공서열에 묶여 있고, 아이디어를 내면 '주제넘는다'는 시선이 돌아오는 조직에서 누가 자발적으로 110%를 내겠는가.
수직적 위계 문화도 빼놓을 수 없다. 보고를 위한 보고, 회의를 위한 회의, 야근을 지켜보는 상사의 시선 때문에 자리를 지키는 야근. 이런 환경은 사람을 지치게 만들지만, 그 지침을 드러내기조차 어렵게 만든다. 그러니 말없이 속도를 줄이는 것이다. '조용한 퇴사'는 저항이 아니라 자기보호다.
여기서 기업이 저지르는 두 번째 오독이 나온다. 조용한 퇴사를 방치하거나, 반대로 강압적 몰입을 요구하는 것이다. 전자는 조직 전체의 활력을 서서히 갉아먹고, 후자는 실제 퇴사를 앞당긴다. 두 길 모두 손해다. 정작 기업이 해야 할 일은 훨씬 단순하다. 왜 직원이 속도를 줄였는지 들여다보는 것. 그리고 보상 체계와 의사결정 구조를 실제로 손보는 것.
일부 기업은 이미 방향을 틀고 있다. 직급을 단순화하고, 성과 기반 보상을 강화하며, 구성원이 의미를 느낄 수 있는 역할 설계에 투자한다. 거창한 슬로건이 아니라, 구체적인 구조 변화다. 그런 조직에서 '조용한 퇴사'라는 말은 거의 나오지 않는다. 그 차이가 전부다.
조용한 퇴사가 퍼지는 조직은 사실 하나의 신호를 받고 있는 셈이다. 직원들이 목소리를 내는 대신 행동으로 보내는 경보. 그 경보를 끄려면 볼륨을 낮추는 게 아니라, 무엇이 울리게 했는지를 찾아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