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238만 원. 2024년 9월 시범사업이 시작될 때 필리핀 가사관리사를 쓰는 데 들던 돈이다. 그런데 퇴직금 적립분과 운영 수수료 등이 추가 반영되면서 2025년 3월 요금은 시간당 기준으로 다시 올랐다. 맞벌이 부부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건 그래서다. 저출생 위기를 돌파하겠다고 야심 차게 내놓은 정책이, 정작 그 정책이 겨냥한 당사자들의 손이 닿지 않는 곳에 놓여 있다.
본지는 이 제도가 제 기능을 하려면 이용 비용의 현실화, 노동자 인권 보호, 그리고 수요 계층에 맞는 지원 구조 설계라는 세 가지 과제를 동시에 풀어야 한다고 본다. 하나라도 어긋나면 제도는 모양만 남고 실효는 사라진다.
첫째, 비용 구조를 손봐야 한다. 현행 요금 체계는 가사관리사의 최저임금 보장, 퇴직금, 4대보험, 중개 수수료를 모두 이용자에게 전가하는 방식으로 설계돼 있다. 결과적으로 정부가 지원하겠다고 선언한 제도가, 실제로는 상당한 소득 수준의 가정만 이용할 수 있는 프리미엄 서비스로 굳어지고 있다. 이 구조를 방치하면 저출생 대책이 아니라 고소득층 편의 제도로 귀결된다. 이용료의 일정 부분을 정부가 보전하거나, 소득 연동 바우처 방식을 도입해 실질적인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
둘째, 노동자의 권리를 제도가 명확히 보장해야 한다. 필리핀 정부는 자국 노동자의 최저임금 수준 보장과 주거·처우 기준을 외교적으로 요구해 왔다. 당연한 요구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근로시간 초과, 불명확한 계약 조건, 언어 장벽으로 인한 소통 단절 등의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외국인 노동자를 제도 안으로 끌어들인 이상, 그 노동자를 보호할 법적·행정적 장치가 제도보다 먼저, 혹은 최소한 동시에 갖춰져 있어야 한다. 인권 보호 없는 돌봄 서비스 확대는 또 다른 사회적 부채를 쌓는 일이다.
셋째, 이 제도는 저출생 대책의 '보조 수단'임을 명확히 해야 한다. 필리핀 가사관리사 도입은 일·가정 양립 환경을 개선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출산율이 반등하지는 않는다. 주거비 부담, 불안정한 고용 구조, 교육비 압박이 그대로인 상태에서 돌봄 공백만 메운다고 아이를 낳겠다는 결심이 서지 않는다. 이 제도를 과대포장하면 오히려 다른 구조적 대책이 뒷전으로 밀리는 역효과가 생긴다.
요금을 현실적으로 조정하되 노동자의 정당한 보수를 깎아서는 안 된다. 그 간극을 메우는 것이 정부 재정의 역할이다. 돌봄을 시장에만 맡기면서 저출생을 해결하겠다는 구상은 처음부터 어불성설이다. 필리핀 이모님 정책이 진짜 저출생 대책으로 자리잡으려면, 지금 당장 비용 구조와 인권 보호 체계를 함께 재설계하는 작업에 착수해야 한다. 그 결단을 미룰수록, 이 제도는 통계 속 숫자로만 남을 것이다.
